김영례(오른쪽)-윤상문 씨 부부가 3월 19일 열린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에 출전해 함께 달리고 있다. 이 부부는 2001년부터 23년째 함께 매년 2회 이상 풀코스 마라톤대회에 출전하며 부부의 정도 쌓고 건강도 챙기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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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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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정년 퇴임 뒤 새로운 노년을 만들어가고 있는 김영례(65)-윤상문 씨(67) 부부는 2001년부터 함께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23년째 매년 42.195km 풀코스를 2회 이상 함께 완주하며 부부의 정을 쌓고 있다. 풀코스 완주 횟수는 김 씨가 50여 회, 윤 씨가 60여 회다. 3월 열린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에서도 함께 달리며 4시간 37분대에 완주했다.
“벌써 20년이 넘었네요. 마라톤으로 참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전 살도 많이 빠졌고 혈압약도 끊었어요. 저나 남편이나 아무 병 없이 건강하게 살고 있습니다. 평생 함께 달릴 겁니다.”
2000년 12월 살을 뺄 요량으로 김 씨가 먼저 달리기 시작했다. 이듬해 초 남편 윤 씨가 따라 뛰었다. 윤 씨는 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밤마다 뛰는 아내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같이 달렸다. 한창 마라톤 붐이 일 때는 대부분 남편이 먼저 마라톤에 빠져든 뒤 주말마다 집을 비우는 남편을 ‘감시’하기 위해 아내가 따라 뛰는 경우가 많았다. 이 부부는 반대였다. 부부는 처음엔 그저 조깅 수준으로 달렸다. 마라톤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01년 4월 마라톤대회 하프코스에 참가한 다음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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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달리면서 좋은 점이 많이 생겼다. 먼저 마음껏 먹어도 살이 빠졌다. 김 씨는 초창기에 몸무게 10kg을 뺐다. 현재는 약간 체중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7kg 빠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처음 목표한 다이어트에 성공한 것이다. 부부 금실도 좋아졌다. 함께 뛰니 자연스레 부부의 정이 새록새록 커져 갔다. 김 씨는 “늘 함께 땀을 흘리며 지내다 보니 말을 안 해도 서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며 “가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달리니 부부싸움도 없어졌다. 서로를 너무 잘 이해하고 있으니 싸울 일이 없어졌다”고 했다. 병치레도 한번 없었고, 부부 금실은 여전히 좋다.
부부는 마라톤을 세계여행의 기회로 삼았다. 일본에서 열린 마라톤 풀코스 대회와 100km 울트라마라톤 대회에 출전했다. 김 씨는 2003년 남편을 따라 100km에 출전한 뒤 다시는 울트라마라톤에 도전하지 않고 있다.
“마라톤 시작하고 얼마 안 돼 일본에서 열린 100km 울트라마라톤에 남편과 함께 출전했어요. 남편은 완주했지만 전 컷오프 당했죠. 너무 힘들었어요. 그 이후 다시는 울트라마라톤에 도전하지 않았죠. 즐겁게 달리는 게 좋아요.”
부부는 2008년엔 일본에서 열린 도쿄마라톤을 완주했고, 2011년엔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의 ‘꿈의 무대’ 미국 보스턴마라톤에서도 함께 달렸다. 보스턴마라톤은 남녀 연령별 기준기록을 통과해야 출전할 수 있지만 대회 조직위가 보스턴마라톤 활성화를 위해 여행사에 제공하는 쿼터를 받아 다녀왔다. 2018년엔 알프스산맥을 달리는 스위스 융프라우마라톤에도 참가했다. 김 씨는 “내 환갑 기념으로 갔는데 너무 오르막 내리막 코스가 많아 컷오프를 당했고 남편은 완주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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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의 풀코스 최고기록은 4시간 17분대, 윤 씨는 3시간 40분대다. 예전에는 20km 정도는 함께 뛰다가 이후에는 각자 달렸다. 하지만 지금은 4시간 30분 안팎 페이스로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달리고 있다. 윤 씨는 “빨리 달리는 것보다 함께 달리는 게 더 즐겁기 때문”이라고 했다. 부부는 언제까지 달릴 수 있을까. “걸을 수 있으면 달려야죠. 아직 살 날이 많은데…. 건강해야 즐겁게 살 수 있어요. 아프면 삶이 힘들어요. 우리 부부는 평생 함께 달릴 겁니다. 백 살까지도요.”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