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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87% “최근 1년 새 학교 그만둘까 고민했다” [횡설수설/이진영]

입력 | 2023-05-11 21:30:00


‘훈장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다. 애가 탄 사람의 똥은 매우 쓰다는 뜻에서 유래한 속담으로 한 사람이 여러 학생을 지도해야 하는 선생 노릇이 그만큼 고되다는 의미다. 요즘 교사들도 다양한 이유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안정적이고 처우가 괜찮은 직종으로 알려져 있지만 62세 정년을 못 채우고 학교를 떠나는 교사가 많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스승의 날을 맞아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 교사 1만여 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교사들의 사기 저하가 심각한 수준이다. 10명 중 7명은 교직 생활이 불만족스럽고, 4명 중 1명은 최근 5년 내 정신과 치료나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최근 1년 새 학교를 그만둘까 고민한 응답자도 87%나 됐다. 실제로 정년퇴임식을 본 지 오래됐다는 교사들이 많다. 중고교 퇴직 교사의 50∼60%는 명예퇴직자들이다.

▷어느 나라든 교사는 스트레스 많은 직업이지만 원인은 다르다. 경제협력개발기구가 48개국 초중고 교사들을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교사들은 학부모 민원 응대와 학생의 신체·언어 폭력으로 인한 스트레스 정도가 유독 높다. 요즘 교사들이 담임 맡기를 꺼리는 이유도 업무량과 책임에 비해 담임수당이 턱없이 적은 데다 학생과 학부모의 교권 침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3D’ 직종이라 자조한다. 학생과 학부모 대하기가 힘들고(Difficult), 때로는 폭력이나 소송을 감수해야 할 정도로 위험하며(Dangerous), 근무환경이 일반 회사보다 열악하다(Dirty)는 뜻이다.

▷대부분 선진국에서 교사는 비인기 직종이다. 일본은 교사 연봉이 일반 회사원보다 높지만 학교는 ‘블랙 직장’으로 꼽힌다. 과중한 업무 부담과 극성스러운 ‘몬스터 학부모’ 등쌀에 못 이겨 정신질환을 이유로 휴직한 공립학교 교사가 2021년 5897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교사가 없어 학급당 학생 수를 늘릴 지경이다. 미국에선 만성적 교사 부족난이 코로나로 악화하자 주 4일 수업을 하고, 학사 학위도 없는 퇴역 군인을 교사로 임용하는 주가 생겨나고 있다.

▷독일은 초등 교사 연봉이 1억 원으로 룩셈부르크 다음으로 높은데도 교사 구인난이 심각하다. 승진과 자기계발의 기회가 적어 진취적인 젊은이들이 매력을 못 느낀다고 한다. 한국도 5년 차 이하 교사들이 “늦기 전에 로스쿨 가겠다”며 퇴직하고, 최고 인재들이 몰려들던 교대에서 자퇴생들이 나오고 있다. 교권을 보호하고 잡무를 줄이는 동시에 새로운 시도와 열정이 보상받는 교직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면서도 사람 키우는 일에 보람을 느끼는 인재가 많아야 공교육이 산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하는 법이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