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펴낸 이난영 前관장 “아이들 위한 내 생의 마지막 책 박물관 더 많이 찾아준다면 성공”
국립경주박물관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박물관에 선 이난영 전 관장. 그는 “논문에 싣지 못한 국립경주박물관에서의 추억을 ‘박물관에서 속닥속닥’에 담았다”고 했다. 동천문화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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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까지 책을 10여 권 썼는데, 전부 전문가를 위한 학술 책이었어요. 내 생의 마지막 책은 관장이 아닌 유물을 사랑하는 할머니로서 아이들을 위해 쓰고 싶었어요.”
국내 최초의 여성 학예연구사, 최초의 여성 학예연구관, 최초의 여성 국립경주박물관장…. 1957년부터 국립박물관에서 근무하며 잇달아 ‘최초’ 기록을 썼던 이난영 전 국립경주박물관장(89)은 6일 전화 인터뷰 내내 ‘마지막’이라는 말을 자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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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관장은 신라 유물 가운데 토우(土偶·흙으로 만든 사람이나 동물상)를 “성덕대왕신종보다도 더 사랑한다”고 했다. 이 전 관장은 “발굴 조사를 나가면 나 혼자 여자라 방을 차지한다고, 힘을 쓰지 못한다고 늘 현장 작업에서 소외되곤 했다”며 “‘그냥 학교 선생님을 할걸’ 하고 후회하던 때 나름대로 박물관에서 살길을 찾았다. 그 길이 바로 유물 창고 관리였고, 그때 창고에서 만난 유물이 신라의 토우였다”고 회고했다. 이 전 관장은 2000년 ‘신라의 토우’(세종대왕기념사업회), 2006년 ‘토우’(대원사) 등 자신의 토우 연구 성과를 담은 저서를 냈다.
2020년 초 이번 책 출간을 준비하면서도 틈틈이 토우와 관련된 신간 초고를 집필해 왔지만 마무리를 하지 못했다. 지난해 7월 낙상 사고로 거동이 어려워진 탓이다. 이 때문에 ‘박물관에서 속닥속닥’을 펴내는 데에도 3년이 넘게 걸렸다. 이 전 관장은 “몸이 아파 더는 책을 못 쓰겠다 싶을 때마다 경주박물관 직원과 제자들이 나를 찾아와 도판을 내밀며 글을 계속 쓸 수 있게 도왔다. 아직도 나를 관장이라고 불러주는 후배들 덕분에 마지막 힘을 쥐어짜 냈다”고 했다. 이 전 관장은 “내 책을 읽고 더 많은 이들이 박물관을 찾아준다면 그걸로 내 할 일은 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