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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성추문 질문한 기자에 “나가라”…휴대폰 던져

입력 | 2023-05-04 08:13:00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 돈 제공 의혹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을 던지던 기자의 휴대전화를 집어 던지면서 나가라고 요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3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텍사스주 웨이코에서 지난 3월 25일 유세를 한 직후 자신의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나눈 대화 녹취록을 입수했다며 이같은 상황을 전했다.

이같은 상황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자신의 의혹을 수사 중인 뉴욕 맨해튼 검찰이 자신을 체포할 것이라며 지지자들에게 항의하라’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SNS인 트루스 소셜에 올린 직후 벌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용기에 함께 탑승한 일부 기자들에게 이날 유세 군중이 2만 5000 명이 넘었다고 자랑하면서 기자들이 행사를 즐겼는지를 물었다.

그는 “역사상 이런 일은 없었다. 로널드 레이건이 살아난다며, 인기 있는 정치인이 있다면 (참석한 유세 군중이) 한 300∼400명쯤 될까”라고 말한 뒤 대선 경선 경쟁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를 경멸조의 ‘디생크터모니어스’라고 칭하면서 “그는 179명이었다. 지금껏 아이오와에서 가장 많은 군중이었다”고 조롱했다.

그중 한 기자가 맨해튼지검의 수사에 대해 질문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들은 아무런 증거도 없다”고 답했다.

이어 본 힐야드 NBC 기자가 해당 수사와 관련해 ‘(당신은) 좌절한 것 같다’고 하자 “내가 좌절했다고? 난 방금 두 시간 동안 연설했다. 난 그것으로 좌절하지 않는다”며 “그건 가짜 수사다. 우린 잘못한 게 없다. 정반대다. 이것은 가짜뉴스다. NBC는 나쁜 뉴스 중 하나다. 그것에 대해 더는 질문하지 말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나. 1·6 사태가 정화될 수 있나’라는 힐야드 기자의 질문에 “난 결코 폭력에 찬성하지 않지만, 많은 사람이 화가 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힐야드 기자가 검찰 수사에 대해 또 다른 질문을 이어가자 “난 당신과 얘기하고 싶지 않다. 당신은 좋은 사람이 아니다”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힐야드가 계속 질문하려 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테이블 위에 있던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는 “누구 것이냐”고 했고, 힐야드가 “내 것”이라고 하자 옆으로 집어 던졌다.

WP는 녹취 오디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휴대전화를 던졌을 때 가볍게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런 뒤 “그를 여기서 내쫓아라. 여기서 나가라”고 소리쳤고, 참모들은 기자들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

트럼프 재선 캠프 대변인인 스티븐 청은 이와 관련해 “트럼프는 많은 주류 매체를 (전용기에) 태워 왔고, 지금껏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며칠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은 3건의 성추문 입막음 의혹과 관련한 34개의 혐의로 기소됐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