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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골프 많이 치는 CFO, 기업 공시의 질 떨어져

입력 | 2023-05-01 03:00:00

스톡옵션 이익 커질수록 CFO 골프라운딩 횟수 감소
라운딩 늘수록 재무보고 품질은 하락




“경영자에게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면 더 많은 노력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경영자의 노력은 직무 성과에 영향을 준다.”

대리인 이론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학의 오랜 명제 두 가지다. 요약하면 인센티브가 좋은 경영 성과를 유도한다는 것인데, 일견 당연하게 보이는 이 경구를 실증한 연구는 많지 않다. 경영자가 성과 향상을 위해 투입한 노력을 계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워서다.

미국 마이애미대 등 공동 연구팀은 경영자의 여가 시간에 주목해 난제 해결에 나섰다. 더 많은 여가 시간을 보낼수록 일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점에 착안해 여가 소비 수준을 잣대로 경영에 쏟은 노력을 역으로 측정했다. 여가 소비는 골프 라운딩 횟수를 통해 계산했다. 검증 대상은 경영자 가운데서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좁혔다. 구체적으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골프협회의 골프 핸디캡&인포메이션 네트워크(GHIN)에 골프 라운딩을 기록한 CFO 385명을 표본으로 삼았다. 성과는 이들이 시장 참여자들에게 얼마나 시의적절하고 목적 적합성이 높은 재무 정보를 제공했는지로 따졌다.

분석결과 인센티브는 실제로 경영 노력을 이끌어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CFO가 보유한 스톡옵션 인센티브가 강력할수록 골프 라운딩 횟수가 감소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스톡옵션의 ‘델타’가 표준편차만큼 증가할 때 골프 라운딩은 3.45회 줄었다. 델타는 주식 가격이 1% 변할 때 경영자가 보유한 스톡옵션의 가치가 변하는 정도를 나타낸다. 델타 값이 높을수록 주식이 오를 때마다 경영자가 얻는 이득이 크다는 의미다. 그만큼 경제적 인센티브를 더 많이 얻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성과 부분에선 CFO의 골프 라운딩 횟수가 늘어날수록 재무보고, 즉 공시의 품질이 떨어지는 모습이 확인됐다. 재무보고의 품질은 발생액의 추정오차로 측정할 수 있다. 오차가 적을수록 품질이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골프 라운딩 횟수가 표준편차만큼 증가할 때 발생액 추정 오차는 13%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추가 연구 결과 CFO의 골프 라운딩 횟수가 증가할수록 CFO의 콘퍼런스콜 참여 정도와 이익 예측 공시의 정확성이 낮아진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CFO가 골프에 시간을 많이 쏟은 기업의 정보는 외부에 공개되는 정도가 낮아졌고, 외부에서 해당 기업을 분석하는 재무분석가의 예측 범위가 넓어졌다. 얻을 수 있는 기업 정보가 제한적이면 재무분석가들의 분석 결과가 하나로 수렴하기보다는 훨씬 다양해진다. 아울러 외부 감사인에게 지급하는 감사 보수도 늘었다. CFO가 최적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기업의 비용 부담이 실제로 커진다는 얘기다.

CFO의 라운딩 횟수가 재무보고 품질과 ‘음(―)의 관계’에 있다는 분석결과는 CFO의 직무 성과에 노력이라는 요인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점을 입증한다. CFO가 효과적으로 역할을 수행하길 바라는 기업이라면 노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적절한 보상 체계를 설계해야 할 것이다.

김진욱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jinkim@konkuk.ac.kr
정리=백상경 기자 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