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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us&]고려대학교, 서울 동북부 창업 거점기관으로 자리매김

입력 | 2023-04-25 03:00:00




고려대 초기창업패키지, 딥테크 스타트업 강세
고려대(총장 김동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시행하는 초기창업패키지 지원 사업의 주관기관으로서 올해 창업기업 30개사를 선정해 지원할 것이라고 25일 밝혔다.

초기창업패키지 지원 사업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3년 이내 창업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업화 자금(기업당 최대 1억 원)을 지원하고 아이템 검증, 마케팅 지원 등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고려대 연구부총장 직속 스타트업 육성·지원 부서인 크림슨창업지원단은 2019년부터 114개의 창업기업을 발굴했고 고용 500명, 투자 유치 266억 원이라는 성과를 이뤘다. 지난해에는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한 딥테크(Deep-tech) 기업 2개사가 괄목할 성과를 보여 창업 지원 역량을 입증한 고려대는 창업진흥원으로부터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다.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낸 기업은 국내 최초로 한우 조각 투자 플랫폼인 ‘뱅카우’를 운영하는 ‘스탁키퍼’(대표 안재현)다. 뱅카우는 소비자가 소액부터 소 한 마리 가격까지 가축에 직접 투자할 수 있어 축산농가의 시설과 설비 투자 비용은 절감되고, 투자자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서비스다. 스탁키퍼는 상생 비즈니스 모델의 사업성을 인정받아 벤처투자 시장 불황 속에서도 올해 4월 신한벤처투자, CKD창업투자, 현대기술투자, KT인베스트먼트, 인라이트벤처스, IBK캐피탈을 통해 58억 원(시리즈 A)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크림슨창업지원단은 스탁키퍼가 뛰어난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2022년 우수기업으로 추천했고, 스탁키퍼는 지난해 11월 초기창업패키지 부문에서 중소벤처기업부장관상을 수상했다.

호라이존테크놀로지(대표 조동현)는 인공지능 기반 증권 분석 솔루션 ‘퀀트랙(Quantrack)’을 운영하고 있다. 퀀트랙은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개인의 투자 분석을 도와주는 딥테크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기술력과 서비스 아이디어를 통해 지난해 9월 팁스(TIPS·민간투자 주도형 기술 창업 지원 사업으로 창업 팀당 최대 10억 원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그뿐만 아니라 구글, 페이팔 등에 투자했던 정보기술(IT) 기반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플러그앤드플레이로부터 프리 A(pre-A) 시리즈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플러그앤드플레이가 국내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한 두 번째 사례로서 퀀트랙의 글로벌 진출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크림슨창업지원단은 초기창업패키지를 통해 인건비, 특허출원비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사업화 자금을 활용해 스타트업이 과감하게 인력 채용 및 사업 확장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또 마케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홍보영상 제작, 유튜브 채널의 고객 유입 서비스 등에 도움을 줬다. 스탁키퍼 안재현 대표는 “스타트업 프로젝트는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초기창업패키지 협약 기간 동안 고려대와 함께 해결 방안을 고민하면서 금융 규제부터 커머스 확장까지 바른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 밸류체인을 확장하고 신사업을 개발하는 등 부담이 많았지만, 많은 도움을 받으며 도전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려대의 이런 성과는 스타트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크림슨창업지원단의 역할에서 시작됐다. 창업기업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밀착 지원을 통해 그들이 필요한 점이 무엇인지 발견하는 한편 지원 프로그램을 고도화하는 데 매진하고 있는 크림슨창업지원단은 서울 동북부 지역 창업 거점 기관으로서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2023년 목표는 대기업 협력 및 글로벌 판로 개척
고려대는 올해도 딥테크 기반의 우수 스타트업을 발굴 및 육성해 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맞춤 지원할 계획이다. 창업기업이 매출과 투자 유치 성과를 최대한 낼 수 있도록 판로 개척 및 기술 실증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한다.

이를 위해 CJ ENM, 한국MD협회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대기업 유통사 및 국내외 MD와의 구매상담회 등을 통해 창업기업의 판로 개척을 지원할 예정이다.

고려대는 초기창업패키지 사업 같은 정부 지원 사업과 교내 창업 인프라를 접목시킬 수 있는 강점이 있다. 크림슨창업지원단은 고려대가 보유한 KU-3DS(민간협업형 메이커 스페이스)를 활용해 시제품 및 기술의 검증을 위한 CAD 교육, 설계 멘토링 등 공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KU-3DS는 글로벌기업 다쏘, VPK와 협력해 설립한 서울 내 유일한 민간협업형 전문기관으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가상환경에서 설계된 제품 체험과 기능 검증을 지원한다. 이는 시제품과 실제 생산 시 발생하는 설계 미스매치 등의 문제점을 해소해 창업기업의 비용 발생을 최소화하고, 전문성을 끌어올려 성공 창업에 혁신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메이커 교육 및 활성화 차원에서 구축한 일반형 메이커 스페이스, 전문형 메이커 스페이스(X-GARAGE)까지 모두 보유한 고려대는 초기 창업 패키지 MVP(최소 기능 제품) 제작 지원 프로그램도 공동 운영하고 있다. X-GARAGE는 전문 장비 대여 및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초기 창업기업들의 기술 설계부터 제작까지 모든 제조 과정을 지원한다.

고려대 기계공학과 대학원생 신희찬 대표가 설립한 ‘오토기어드’는 MVP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가 기술자문, 3차원(3D) 프린터 대여, 재료비 등을 지원받아 지난해 로봇용 감속기 상용화를 위한 제품 고도화를 진행했다. 신 대표는 로봇용 감속기 국산화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한국공학한림원으로부터 제1회 원익상(옛 차세대 공학 리더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크림슨창업지원단은 고려대 기술지주회사 및 올해 팁스 운용사로 선정된 블리스바인벤처스 등과의 협력을 통해 초기창업패키지 선정 기업을 위한 3억 원 이상의 투자 재원을 조성했다. 고려대 기술지주회사는 지난해 초기창업패키지 투자 유치 프로그램에서 차세대 반도체 박막을 연구하는 ‘반암’(대표 한수덕)에 투자한 바 있다.

이 외에도 고려대는 교육부 대학혁신 지원 사업, 산학연협력 선도대학 육성(LINC 3.0) 사업 등을 통해 재학생들에게 창업 기회를 제공하고 사업화를 지원하는 창업 동아리 프로그램을 매 학기 운영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이를 통해 창업의 꿈을 실현해 실제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다.

경영대 학부생 김동호 대표가 설립한 딥 데이터 수집·생성 플랫폼 기업 ‘R2C컴퍼니’는 지난해 교육부 주관 ‘학생창업유망팀 300’에 최종 선발됐고, 2022 산학협력 엑스포 학생창업페스티벌에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했다.

고려대는 지난해 8월 KU 테크 페어를 개최해 세계 최대 규모의 IT 가전 전시회 CES 2023에 참가할 교원 및 학생 창업 기업 7개사를 선발하여 참가를 지원했다. 참가팀 중 노광석 교수가 양자역학 시뮬레이터를 제작 기업 ‘큐심플러스’, 이헌 교수가 창업한 복사냉각 컴포지트 시트 개발기업 ‘ZERC’, 손호정 대표가 운영하는 차세대 치아 건강 모니터링 시스템 개발 기업 ‘스마투스’는 CES 혁신상을 수상했다.



고려대 창업을 위한 다양한 인프라 확보

학생 창조 전용 공간인 고려대 KU개척마을의 파이빌99. 고려대 제공


스마트 스타트업 스튜디오. 고려대 제공

고려대는 혁신적 창업을 위한 공간 및 장비 인프라를 꾸준히 확장해 왔다. 메이커 스페이스 사업을 주관하는 KU개척마을의 파이빌99는 국내 대학 최초로 설립한 학생 창조 전용 공간이다. 파이빌99는 학생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창조하는 실험적 공간이다. 지난해 시리즈 B 규모 투자를 받은 예비 유니콘기업 ‘뽀득’(대표 박노준)이 파이빌에서 창업을 시작했다.

고려대 경영대는 2016년 국내 최초로 스타트업 육성 연구기관인 ‘스타트업 연구원’을 설립해 창업경진대회를 통해 재학생 예비 창업기업을 선발하고, 전문 멘토링과 공용 사무공간을 지원하고 있다. 연 2회 고려대 스타트업 데모데이 ‘츄츄데이’를 주관하는데, 지난해 5월 포브스 선정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 소비자 기술부문에 선정된 조준용, 박기람 대표가 만든 글로벌 이모티콘 플랫폼 ‘스티팝’을 2017년 발굴했다. 스티팝은 이후 크림슨창업지원단의 초기창업패키지 지원 사업을 통해 현재 월간 이용자 수가 200만 명에 이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크림슨창업지원단은 1999년 개소한 창업보육센터를 운영하며, 7년 미만의 우수 창업기업에 개별 입주 공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올 2월에는 대학 내 우수 예비창업팀이 사업화할 수 있도록 학생 창업실을 신규 조성했다.

크림슨창업지원단은 고려대 창업 지원의 컨트롤타워로서 초기창업패키지 사업뿐 아니라 창업 동아리, 첨단기술비즈니스학과, 창업보육센터 운영 등 다양한 정부재정 지원 사업을 바탕으로 창업 지원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있다.




“창업은 사회에 어떤 가치를 제공할지 고민하는 것”


천홍구 크림슨창업지원단장 인터뷰

천홍구 크림슨창업지원단장

“창업의 목적을 돈을 많이 버는 것에서 찾는 분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언제 누구에게 돈을 지불하는지 떠올려보면 바로 해답이 나옵니다. 우리는 돈을 합당한 수준의 가치와 교환합니다. 따라서 창업을 할 때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우리 사회에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까’로 바꿔보면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크림슨창업지원단을 이끌고 있는 천홍구 단장(사진)은 대기업 유통사와의 협력을 통한 창업기업의 성공적인 시장성 검증 및 판로 개척을 이끌고, 고려대 메이커 스페이스 등 시설 인프라를 통해 창업기업 아이템 고도화를 적극 지원함으로써 창업기업의 성장 시간을 단축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3월 1일 취임한 그는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전임교수로서 제자였던 김봉준 대표와 함께 ‘셀라바이오텍’을 공동 창업한 경험이 있다.

―창업 지원 기관으로서 고려대만의 독창적인 가치가 있다면….
“고려대는 크림슨창업지원단을 중심으로 창업 유관 부서와 유기적 협력을 통해 유망기업 발굴-육성-투자로 이어지는 액셀러레이팅 체계를 보유하고 있다. 창업 친화적 학사제도로 학부생, 대학원생을 위한 창업 교육 제도 구축을 위해 노력해 왔다. 창업 대체 학점 인정제를 확대 시행하고, 창업 휴학제를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했다. 첨단기술비즈니스학과 일반대학원을 신설해 올해부터 창업학 석박사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디어 구상 단계에선 경영대 스타트업 연구원, 안암동 캠퍼스타운, 파이빌99 등을 통해 사업을 구체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 초기창업패키지 지원 사업을 통해 창업기업이 본격적인 매출, 투자 등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고 있다.”

―크림슨창업지원단의 역사는….
“고려대의 창업 지원은 1999년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창업보육센터로 지정되면서 시작됐다. 2008년 국내 최초로 창업 전 주기 정규 교과목인 ‘캠퍼스CEO’를 개설했고, 이는 서울시 ‘캠퍼스CEO 육성사업’의 모태가 됐다. 매년 캠퍼스CEO 창업경진대회를 개최해 창업 교과목을 수강한 학생이 아이템을 발표하고, 우수팀에는 상금을 지원하고 있다. 2018년에는 창업 활성화를 적극 촉진하고, 해당 부서들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창업보육센터를 확대 개편해 연구부총장 직속 기관으로 크림슨창업지원단을 신설했다.”

―단장으로서 앞으로 이끌어갈 방향성을 제시해 준다면….
“정형화된 창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도움을 줘 창업을 시도하는 우리 젊은이들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에 강점이 있는 기업에는 무엇이 중요한지, 사회와 경영에 대한 안목이 있는 기업에는 무엇이 가능한지를 깨닫는 기회를 제공해 이들이 바른 가치를 발굴하고 주도적으로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도록 돕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