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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앞두고 철인3종 31회 완주… 김민선 씨의 건강관리법[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입력 | 2023-04-22 12:00:00


경기 구리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민선 씨(59)는 지금까지 철인3종(트라이애슬론) 철인코스(수영 3.8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를 31번 완주했다. 철인3종을 시작한 뒤 1년 만인 2009년 7월 첫 도전에 15시간13분16초에 완주했고 세달 뒤 12시간33분23초로 약 3시간을 단축했다. 최고기록은 2010년 세운 11시간12분36초. 그는 “최고기록은 달리는 대회마다 코스가 다르기 때문에 의미 없다. 그냥 즐길 뿐”이라고 했다.


김민선 씨가 서울 중구의 한 피트니스센터 트레드밀에서 달리고 있다. 2008년 철인3종을 시작해 철인코스만 31회 완주한 그는 70세까지 철인코스 완주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008년에 우연히 TV를 보다 철인3종에 도전했다가 완주하지 못 한 사람 얘기를 봤어요. ‘저게 그렇게 힘든가? 나도 해볼까’란 생각에 시작했죠. 뭔가 도전하고 싶었어요. 철인3종을 하기 전까진 수상스키와 스키도 타긴 했지만 운동에 진심은 아니었죠. 그냥 친구들하고 놀러 가는 수준이었죠. 철인3종을 하다 보니 몸은 피곤한데 정신이 평온해지는 것을 느꼈죠. 몸도 건강해지고 잡생각이 없어져요. 철인3종을 하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도 바뀌었죠. 노력하지 않고 얻는 것은 절대 없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망우산, 아차산을 달리기 시작했다. 평생 가지 않던 수영장에도 등록했다. 어렸을 때 자전거 타던 실력으로 사이클도 시작했다. 바로 올림픽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에 도전해 완주했고, 1년만 철인코스를 완주했다. 철인3종은 다양한 코스가 있는데 ‘아이언맨(Ironman)’으로 불리는 철인코스는 운동을 즐기는 남성들도 완주하기 쉽지 않다.



김민선 씨가 사이클을 타고 있다. 김민선 씨 제공

“제주에서 열린 철인코스에서 첫 완주에 도전했어요. 수영하고 사이클까지 마쳤는데 상당히 빠른 기록이 나와서 마라톤을 좀 천천히 했더니 15시간대가 나온 거예요. 그렇다 보니 마라톤만 5시간 넘게 달렸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되겠다 싶어 3개월 뒤 대회에서는 바짝 긴장하고 마지막 마라톤 레이스에서는 물먹는 급수대를 번갈아 빼고 달렸어요. 그랬더니 3시간 정도 단축했어요.”

김 씨는 2009년 10월 두 번째 철인코스 도전에선 여자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금도 연령대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14년엔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도 출전했다. “세계 최고의 대회에 출전하고 싶었다”며 도전했고 성공한 것이다. 2013년 일본 대회에서 12시간 24분 58초를 기록해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획득했다. 시차 적응 등에 실패해 14시간 27분 53초로 연령대별 51위를 했지만 하와이를 맘껏 즐기고 왔다. 김 씨는 지난해에도 하와이 세계선수권대회를 완주했다. 2018년 말레이시아 대회에서 출전권을 획득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탓에 출전하지 못하다 다녀온 것이다. 요즘 김 씨는 대회 출전을 세계 각국을 여행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지금까지 철인3종 대회 출전으로 14개국을 다녀왔다. 그는 국제대회 출전을 ‘철인 여행’으로 불렀다. 대회 출전과 여행까지 약 2주일을 잡는다. 4~5일 대회 준비 및 출전에 매진하고 나머지는 그 나라 구경에 할애한다.



김민선  씨가 한 대회에 출전해 질주하고 있다. 김민선 씨 제공

그의 하루는 새벽 4시 40분에 시작된다. 일어나 피트니스센터로 달려가 6시부터 8~9시까지 운동을 한다. 수요일엔 수영을 하고 월금 화목으로 나눠 달리기와 고정식 자전거 타기를 번갈아 한다. 주말엔 야외에서 장거리 달리기나 사이클을 탄다. “대회 출전을 잡아놓으면 최소 6개월 전이나 1년 전부터 훈련에 들어간다”고 했다. 12시간 이상 달리기 위해선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그는 “이젠 순위보다 즐기는데 초점을 둬 천천히 달리지만 그래도 훈련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레이스가 정말 힘들다”고 했다.

김 씨는 철인코스에 출전하면 수영 3.8km에 1시간 25분, 사이클 180km에 6~8시간, 마라톤 풀코스 4~5시간 정도에 달린다. 사이클과 마라톤은 코스에 따라 시간 편차가 많다. 마라톤 풀코스 최고 기록이 3시간34분대이지만 수영과 사이클을 소화한 뒤 달리기 때문에 4시간 이상 걸린다. 그는 “가장 못하는 게 수영이라 수영은 워밍업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한다. 가장 힘든 게 사이클이다. 사이클까지 마치면 마라톤은 그냥 쭉 밀고 나간다”고 했다.



김민선 씨가 2021년 6월 WNC 시스니처 보디피트니스대회에 출전해 연기를 하고 있다. 그는 여자 스포츠모델 시니어 부문에서 1회를 했다. 김민선 씨 제공

“바다나 호수에서 하는 수영은 수영장에서 하는 수영과는 달라요. 파도가 밀려오면 자칫 호흡을 못 하기도 하죠. 그래서 겁을 많이 먹습니다. 하지만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하면 됩니다. 철인3종은 긍정적인 사고를 요구합니다. 긍정적인 사고가 없다면 끝까지 완주하는 것 자체가 힘들죠. 제주도 바다에서 수영할 때 파도가 너무 거칠어서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죠. 하지만 ‘내가 과거에 인어공주였을 것이다, 해녀였을 것이다’라고 마인드컨트롤 하면서 극복했어요.”

김 씨는 2021년 6월 피트니스센터 코치의 권유로 보디빌딩대회에 나갔다. “코치가 몸이 좋으니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해 한 달 반 훈련하고 나갔는데 1등을 했다”고 했다. 서울 광진구에서 열린 WNC 시그니처 보디피트니스대회에 출전해 여자 스포츠모델 시니어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철인3종을 오래 해서인지 지방이 없고 근육이 선명해 우승할 수 있었다. 그의 체지방률은 15%도 안 된다.



김민선 씨가 서울 중구의 한 피트니스센터에서 근육운동을 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근육운동은 또 다른 재미를 줬다. 힘이 생겼고 자세도 좋아졌다. 부상도 방지해줬다. 김 씨는 내친김에 2급 보디빌딩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 공부도 시작했다. 그는 “나이 들면서 시니어 전문 피트니스센터를 하나 차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이 든 지도자가 어르신들을 지도하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운동하면서 돈도 벌어 ‘일석이조’ 아닌가?”라고 했다.

김 씨는 2019년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에서 열린 풀코스 산악마라톤도 8시간 51분에 완주했다. 지난해에는 6박 7일간 250km를 달리는 고비사막 마라톤을 완주했다. “사하라사막마라톤을 완주하는 게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는데 그 전초전을 고비사막에서 했다. 사하라는 더 힘드니 여유를 가지고 도전하겠다”고 했다.


김민선 씨가 2021년 6월 WNC 시스니처 보디피트니스대회에 출전해 연기를 하고 있다. 그는 여자 스포츠모델 시니어 부문에서 1회를 했다. 김민선 씨 제공

4월 16일 듀애슬론(마라톤 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 출전으로 올 시즌을 시작한 김 씨는 5월 대구와 전북 군산에서 열리는 철인3종 철인코스에서 예열을 한 뒤 6월 독일 로스 챌린지 철인3종 철인코스에 출전한다. 그는 “국내에 60세 넘어 철인코스 완주한 여자가 별로 없는데 70세까지 철인코스 완주에 도전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도전이 있기에 삶이 즐겁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