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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 멀미해요, 천천히…” 母 오열 속 배승아양 발인식

입력 | 2023-04-11 17:15:00


11일 오후 대전 서구 괴곡동에 있는 대전 추모공원에서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숨진 배승아 양의 유족이 유골함 봉안 후 오열하고 있다. 2023.04.11. 뉴시스

대낮 어린이보호구역 내 인도를 걸어가다 만취 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배승아 양(10)의 영결식이 11일 대전의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이날 오전 8시 30분 배 양의 영정사진이 장례식장에 들어오자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배 양의 어머니는 상실감이 깃든 표정으로 딸이 생전에 갖고 놀던 인형만 손에 꼭 쥐고 있었다.

배 양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기 전 추모 예배에서도 배 양의 어머니는 고개를 숙인 채 숨죽여 울다 그치기를 반복했다. 어머니는 옆에서 넋 놓고 앉아 있던 아들의 한 손을 자신의 무릎으로 끌어당겨 두 손으로 감싸기도 했다.

이윽고 배 양을 운구해야 할 순간이 왔다. 활짝 웃고 있는 여동생의 영정 사진을 든 배 양의 오빠가 허탈한 표정으로 발인식장을 향했다. 어머니는 인형을 팔에 안은 채 “우리 딸 어떡해” “어쩌면 좋아”라며 가는 길 내내 눈물을 흘렸다.

배 양의 시신을 실은 관이 운구 차량을 향해 이동할 때도 배 양 어머니는 끝까지 관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어머니는 생전에 멀미하던 딸을 생각하며 “우리 딸 멀미해요. 천천히 들어주세요”라는 말을 내뱉으며 오열했다.

11일 오후 대전 서구 괴곡동에 있는 대전 추모공원에서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숨진 배승아 양의 유족이 배양의 영정사진을 들고 유골함 봉안을 위해 걸어오고 있다. 2023.04.11. 뉴시스

대전 정수원에서 발인을 마친 뒤 배 양의 유골함은 서구 괴곡동 대전추모공원에 안치됐다. 배 양 어머니는 유골함 유리창을 어루만지면서 “엄마가 매일 다시 올게. 건강하게 지내, 또 올게. 사랑해”라며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 옆에 있던 배 양의 오빠도 끝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배 양 오빠는 봉안식을 마친 뒤 “가해자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승아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없도록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재발 방지와 엄벌을 호소했다.

배 양은 지난 8일 오후 2시 21분경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중학교 앞 인도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의식이 없는 상태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하루 만에 숨졌다.

현장에서 검거된 A 씨(65)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0.108%)이었다. A 씨는 처음 조사에서 소주 반병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한 병을 마셨다고 말을 바꿨다. 법원은 A 씨가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