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붕그룹 기업 통해 일군 부를 지역사회에 환원, 녹이 슨 동판 보고 “병원 살리자” 생각 비영리법인 2곳, 영리법인 6개 운영중… 100만 끼 식사 대접 목표… 아직 70만 끼
백용기 거붕그룹 회장
백 회장이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며 나눔 활동에 앞장선 가운데 특별히 강조한 부분도 병원에 대한 지원과 육성이었다. 지역에 병원이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어야 지역 발전도 함께 이뤄진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실제로 거붕백병원은 지역 발전에 마중물 역할을 해내고 있다. 백 회장의 거붕백병원 투자는 기업을 통해 일군 부를 지역사회에 환원한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지역사회 기여에 큰 뜻
경남 거제시에 위치한 거붕백병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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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붕백병원 인증의료기관 현판식.
꾸준히 이어온 나눔 실천
거붕백병원 창립 53주년 기념식.
그는 꾸준히 나눔을 실천해왔다며 “받는 기쁨보다 주는 행복이 더 커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나누고 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훌륭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려는 마음은 늘 같았다”라고도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면서 살아가는 점에 자긍심을 느낀다고도 말했다. 주변에서도 그런 백 회장을 두고 영리법인과 비영리법인을 아우르는 가치 있는 경영을 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거붕백병원 신관 공사 현장 시찰 중인 백용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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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사는 기업인’ 별칭… 70만 끼 대접
그가 영리사업을 넘어서 지역사회를 향한 헌신에 나서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백 회장은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고 밥을 사는 사람이 되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이 내 삶의 가치관을 형성했다”고 말했다. 우직하게 아버지의 가르침을 따르면서 삶을 살아온 것이다. 언제나 사람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그의 태도 역시 아버지의 가르침을 토대로 만들어진 오랜 습관이다. 백 회장은 “아버지는 밥을 얻어먹는 사람이 되지 말고 사는 사람이 되라고 하셨는데 그 말씀을 지금도 중요하게 새기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서로 연을 맺고 밥을 먹는다는 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밥은 나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식사를 대접하면서 타인과 의미를 나눈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백 회장은 “목표는 밥 100만 끼를 사는 것인데 아직 70만 끼밖에 못 샀다”라며 아쉬워했다. 백 회장은 밥을 사는 과정을 통해 돈, 권력, 명예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작은 정성과 마음의 진실함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도 밝혔다.
백 회장은 핸드폰에 저장된 사람만 6000명에 달할 정도로 마당발로 통한다. 특히 그는 트로트 황제 남진과 남진의 ‘둥지’, 송대관의 ‘네박자’ 등 히트곡을 만든 인기 작곡·작사가 김동찬과는 의형제 사이라고 소개했다. 여기엔 특별한 사연도 있다. 김 작곡가가 백 회장을 위해 ‘밥 사는 사람’ 곡을 만들고 남진이 노래를 불렀다고 밝혔다. 특히 남진은 이 노래를 부르기 위해 프랑스 샹송을 100번 이상 들었다고. 해당 곡을 공개한 건 백 회장의 생일이었던 지난해 12월 31일이었다. 백 회장 생일 모임에서 가수 남진은 노래를 처음 공개했다. 건강이 좋지 않았던 백 회장을 위로하려는 마음이 담겨 있어서 가수나 작곡가 모두 뭉클했다고 그날을 떠올렸다. 백 회장은 마음의 노래를 선물해준 두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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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몇 안 되는 대만통… “밥으로 인연”
백용기 회장 인터뷰
김동찬 작곡·작사가, 백용기 회장, 가수 남진.
거붕그룹 백용기 회장은 국내에서 몇 안 되는 대만통으로 꼽힌다. 대만과의 특별한 인연을 이어갈 수 있었던 주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밥이다.
백 회장은 1992년 대만과의 단교 당시 중국어 한마디 못하면서도 대만 외교관들과 며칠씩 통음했다고 떠올렸다. 당시 대만 외교관들은 자신들 앞에서 배신감과 울분을 달래주는 백 회장의 모습에서 뭉클해 했다.
백 회장은 지금까지 100여 차례에 걸쳐 사절단을 이끌고 대만을 방문했다. 서울·타이베이 클럽의 회장도 맡고 있다.
이런 공로로 중화민국 경제훈장, 중국문화대학 명예경영학 박사, 입법원 외교영예훈장 및 외교부 외교훈장, 입법원 외교최고영예훈장 등 민간 외국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을 받았다. 나라와 이념을 떠나 사람이라는 가치를 중시하는 백 회장의 인품을 드러내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런 백 회장이 건강 문제를 겪자 안타까워하며 빠른 쾌유를 기원하는 주변 목소리가 적지 않다. 백 회장은 “나는 복 받은 사람”이라며 주변의 회복 기원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황해선 기자 hhs255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