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발전포럼 3년만에 대면 개최
25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개막한 중국발전고위급포럼에서 참석자가 발언하고 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 후 열린 첫 대규모 오프라인 국제회의인 이 포럼에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세계 주요 재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축전에서 “상호 이익과 공동 번영의 개방 전략을 확고히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징=신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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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25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 크리스티아누 아몽 퀄컴 CEO,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헤지펀드 창업자 등 세계적 기업인 100여 명을 모아 중국발전고위급포럼(발전포럼)을 개막했다. ‘경제 회복: 기회와 협력’을 주제로 27일까지 열리는 이 행사에는 리창(李强) 신임 총리, 허리펑(何立峰) 부총리, 친강(秦剛) 외교부장 등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3기 체제의 지도부 또한 대거 참석한다.
시 주석은 26일 축전에서 “세계에 새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각국 기업의 중국 투자를 당부했다. 포럼에 참석한 중국 수뇌부 또한 “산업망·공급망 단절을 강행하면 전 세계를 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미국을 비판했다. 중국은 28∼31일 남부 하이난성에서 ‘중국판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도 개최한다. 이처럼 경제 분야에서의 미중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그사이에 낀 국내 기업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美 디커플링, 세계와 척지는 것”
25일 연설자로 나선 한원슈(韓文秀) 중국공산당 중앙재경위원회 판공실 부주임은 내내 미국을 비판했다. 그는 “경제 원칙을 고려하지 않은 채 디커플링(탈동조화)과 망 단절을 강행하면 세계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해칠 것”이라며 “(미국이) 전 세계와 척을 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중국 시장을 깊이 경작하면 ‘대어’를 낚을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지 말고 중국에 계속 투자하라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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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를 상징하는 친 부장도 가세했다. 그는 “미중 관계의 꽃샘추위가 매섭다. 미국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중국을 억제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글로벌 기업에 최상의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하겠다고도 했다.
2000년 창설된 이 포럼은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끝난 직후 열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이후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열렸다.
지난해 10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규제를 강화한 후 처음으로 세계적 대기업의 경영자와 중국 수뇌부가 만나는 자리라는 점도 관심을 모았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지멘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정유사 아람코 등의 경영진, 중국 국유 기업 및 금융기관 책임자, 유명 학자 등도 참석했다.
● 쿡 “中과 공생”…이재용은 날씨만 언급
참석한 기업인의 반응에는 온도 차가 있었다. 쿡 CEO는 공개 연설에서 “애플과 중국은 서로 이익이 되는 공생 관계”라며 “중국의 혁신이 더 빨라질 것”이라고 칭찬했다. 애플의 최대 시장인 중국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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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오포럼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각국 경제인이 참여하고 특히 리 총리가 직접 개막 연설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 등은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또한 30, 31일 중국을 찾아 이 포럼에 참석하고 시 주석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