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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목표는∼ 천하장사 다섯번”

입력 | 2023-03-25 03:00:00

개인전 17전 전승 ‘무패 행진’… 모래판 차세대 스타 김민재 인터뷰
무게 중심 낮은 들배지기가 특기… 작년엔 37년만에 ‘대학생 천하장사’
‘롤모델’ 이만기와 첫 만남도 가져… “선배처럼 ‘씨름하면 김민재’ 되고파
‘직관’ 매력 느낄수있게 최선 다할것”



차세대 씨름 스타로 주목받는 김민재(영암군민속씨름단)가 17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그룹 스튜디오에서 상반신을 드러낸 채 두 주먹에 불끈 힘을 쥐어 보였다. 현재 천하장사 1회, 백두장사 3회의 타이틀을 보유한 김민재는 스쾃, 데드리프트, 벤치프레스(1회 기준)를 합쳐 780kg을 드는 ‘장사’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김민재(21·영암군민속씨름단)는 황경수 대한씨름협회장(77)에게 ‘씨름계의 보물’이라고 불린다. 그럴 만도 하다. 김민재는 올해 설날, 문경장사대회에서 연달아 백두장사를 차지하면서 지난해부터 개인전(17전 전승) 무패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울산대 2학년이던 지난해에는 1985년 이만기 인제대 교수(60·당시 경남대 4학년) 이후 37년 만에 ‘대학생 천하장사’ 타이틀도 얻었다.

김민재는 17일 서울에서 열린 ‘씨름 진흥 활성화 간담회’에 현역 선수 대표로 참석하면서 이 교수와 처음 만났다. 이 교수는 김민재에게 먼저 손을 내밀며 “한눈팔지 않고 씨름만 보고 간다면 10년을 가는 대스타가 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고 격려했다. 김민재는 “선배님이 그랬듯 누구나 ‘씨름 하면 김민재’를 떠올리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무게중심 낮은 김민재만의 들배지기
키 189cm, 몸무게 140kg인 김민재의 특기는 들배지기다. 들배지기는 상대 선수 샅바를 잡고 배 높이까지 들어 올린 뒤 자기 몸을 살짝 돌리면서 상대를 넘어뜨리는 기술이다.

천하장사를 3번 차지했던 이태현 용인대 교수(47)는 “김민재의 들배지기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무게중심이 낮다”며 “가슴을 잡는 것보다 아랫배를 잡아 들어 올렸을 때 더 큰 힘을 쓸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더욱 효과적이다”라고 설명했다.

문자 그대로 “힘이 장사”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민재는 최대 중량 기준으로 스쾃 290kg, 데드리프트 290kg, 벤치프레스 200kg(1회 기준)을 들어 올린다. 전남스포츠과학센터 측정 결과 김민재의 배근력(등 근육으로 들어 올리는 힘)은 276kg에 달했다. 김태완 전남스포츠과학센터장(이학박사)은 “육상 투척 선수들을 뛰어넘는 우리 센터 역대 최고 기록”이라고 전했다.

힘만 좋은 건 아니다. 소리에 대한 반응 속도 역시 0.229초로 단거리 육상 선수 수준이다. 김민재는 또 백두급 선수치고는 발놀림이 좋아 상대를 따라다니면서 몰아붙이는 기술도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다.


● “일단 천하장사 다섯 번”

17일 서울에서 열린 씨름 진흥 활성화 간담회에서 만난 이만기 인제대 교수(오른쪽), 이태현 용인대 교수(왼쪽)가 김민재를 격려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천하장사에 오른 김민재까지 합쳐 세 명의 천하장사 타이틀(이만기 10회, 이태현 3회)만 총 14회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전남 장흥군 출신인 김민재는 명덕초 3학년 때 장흥군 어린이 씨름왕 대회에서 우승해 관산초 씨름부로 스카우트되며 모래판에 발을 들였다. 미역 양식을 하는 부모님은 큰아들이 공부를 하길 원했지만 김민재의 재능을 눈여겨본 지도자들의 설득 끝에 결국 선수 생활을 허락했다.

사실 중고등학교 때만 해도 김민재는 동갑내기 최성민(현 태안군청)의 그림자에 가려 있던 선수였다. 학창 시절 상대 전적에서도 최성민에게 1승 4패로 뒤졌다.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다’고 생각한 김민재는 여수공고 졸업 후 실업팀 입단 대신 울산대 진학을 선택했다. 그러다 지난해 천하장사 등극 뒤 자신감을 얻어 실업팀에 합류했다.

“늘 첫판이라고 생각하라”는 김기태 영암군민속씨름단 감독(43)의 조언에 힘을 얻은 김민재는 지난달 문경대회 장사 결정전에서 최성민을 꺾고 백두장사 타이틀을 차지했다. 마지막 판에서 최성민을 넘어뜨린 기술은 물론 들배지기였다.

간담회가 끝난 뒤 서울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김민재는 “일단 천하장사 다섯 번이 목표”라고 말했다. 취미조차 ‘씨름 영상 보기’일 정도로 씨름에 진심인 김민재는 ‘일단’이라는 단서를 붙인 데 대해 “기록도 기록이지만 언제나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선수가 될 자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재가 천하장사가 되어 꽃가마를 타는 것보다 더 바라는 건 씨름의 인기 회복이다. 김민재는 “씨름은 경량급은 화려한 기술, 중량급은 묵직한 한 방으로 각기 다른 매력이 있는 종목”이라며 “더 많은 분들이 ‘직관’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