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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경남 ‘자통’, 서울에 하부조직인 ‘후원회’ 구성… 노동운동가 포섭

입력 | 2023-03-25 03:00:00

공소장에 수도권 활동 내용 담겨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자주통일민중전위’(자통) 조직원들이 서울에 ‘후원회’라는 단체를 설립해 노동운동 활동가 등을 포섭한 것으로 드러났다. 포섭 대상을 합법적인 단체인 것처럼 보이는 ‘후원회’에서 먼저 활동하도록 한 뒤 일부를 선별해 ‘자통’으로 편입시킨 것. 당국은 자통 하부망인 ‘후원회’에 가입한 활동가들을 상대로도 수사망을 넓히고 있다.



● “포섭 상황 북한에 상세히 보고”

2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자통 조직원들은 주로 노동·농민 운동을 해온 활동가들에게 접근해 이들을 5·18 민족통일학교 산하의 통일운동 단체인 ‘후원회’로 끌어들였다. 이들은 활동가들과 함께 ‘전태일 평전’을 비롯한 각종 서적 학습 모임을 하면서 ‘후원회’ 활동을 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 통일촌 회원 황모 씨 등 4명의 공소장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포섭 진행 상황을 북한에 상세히 보고했다. 이들이 북한에 보낸 보고문에는 “후원회 인입(안으로 끌어들임)을 위해 ○○군 농민회 전 사무국장과 전태일 평전 학습 중. 3회차 학습을 마치고 제안 예정” “30대 2명과 ‘전태일 평전’ ‘제주 4·3을 묻는 너에게’ 현대사 학습 완료. ‘월북하는 심리학’ 진행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자통 조직원들은 ‘후원회’에 가입한 활동가 중 일부를 선별해 반국가단체인 ‘자통’에 가입하도록 했다. 이들은 조직원을 ‘예비 핵심’ ‘핵심’ ‘준임원’ ‘임원’ 등급으로 분류해 관리했다.

당국은 ‘이사장’으로 불리던 총책 황모 씨와 이사진 7명 등 총 8명을 자통의 수뇌부로 보고 있다. 이들은 북한 대남공작기구인 문화교류국 공작원 김명성 조를 캄보디아 등지에서 접선한 뒤 북한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지령을 받아 활동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사진은 경남 지역을 동서남북으로 나눠 각 지역 총책을 맡았다. 이사진 중 한 명인 김모 전 5·18 민족통일학교 상임운영위원장(구속 기소)은 서울에서 ‘후원회’를 포함한 외곽 조직 운영을 총괄했다.




● “김정은 연설 내용 교육자료로 배포”

당국은 이 ‘후원회’가 5·18 민족통일학교의 산하 단체인 ‘통일로’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후원회’는 겉으론 통일운동 단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통 구성원을 교육하는 ‘예비학교’ 역할을 했다는 것이 당국의 시각이다.

자통 조직원들은 “비핵화는 없다”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정 연설 발언을 교육자료로 만들어 후원회에 배포했다. 황 씨가 ‘후원회’ 운영을 총괄하는 김 씨에게 “제3대 원수님의 영도 체계가 완비되고 안정된 구축기로 들어갔다”며 “경남은 학습을 심화시키기로 했는데 전국적으로 그렇게 얘기가 됐나”라고 했고, 김 씨가 “자료는 다 줘 놨다”고 답한 사실도 파악됐다. 황 씨는 조직원에게 “후원회 사업 문서 작업을 할 때 해킹 가능성이 있으므로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는 컴퓨터를 구비해 문서 작업을 하라”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국은 김 씨가 또 다른 자통의 하부 조직인 ‘전국회’의 총책 역할을 한 사실도 파악하고 수사 범위를 넓힐 방침이다.

한편 공안당국은 24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의 전현직 관계자 2명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민노총 조합원인 A 씨의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세계노동운동사연구회 사무실과 민노총 경기중부지부 간부인 B 씨의 사무실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당국은 이들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민노총 전 조직국장 석모 씨의 하부 조직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