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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베이비스텝으로 금리 5%대 진입… 한미 금리차 역대 최대

입력 | 2023-03-23 03:02:00

연말 전망치 5.1%…5월 베이비스텝 후 인상 종결 시사
파월 “은행 위기가 금리 인상 효과…필요시 더 올릴 것”
뉴욕증시, 옐런 “예금 전액 보증 없다”에 하락 마감




22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2일(현지시간)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기존 4.50~4.75%에서 4.75~5.0%로 뛰어 상단기준 금리 5%대 시대를 열었다. 한국과의 금리 격차는 최대 1.5%포인트로 벌어졌다.

다만 연준은 이날 공개한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기준 금리 전망 중간 값을 5.1%로 지난 전망치를 유지해 사실상 5월 예정된 다음 회의에서 베이비스텝을 단행한 후 금리인상이 종결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인플레이션에 무게를 두되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확산되는 은행 위기 여파를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동결도 고민…물가안정 신뢰 중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은행 위기 여파를 고려해 동결할 생각은 없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우리는 FOMC 회의를 앞두고 동결도 고려했었다”면서도 “우리는 물가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우리가 말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그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고 금리 인상 배경을 밝혔다.

상품 물가는 내려가고 있지만 둔화세가 느리고, 식료품과 에너지, 주거비를 제외한 ‘슈퍼 근원 물가’는 여전히 끈적이고 있다는 점이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배경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번 FOMC는 미 실리콘밸리은행(SVB)와 시그니처은행 연쇄 폐쇄, 글로벌 대형 은행 UBS의 크레디트스위스 인수 등 글로벌 은행 위기 불안이 증폭되는 가운데 열렸다. 팬데믹 유동성 파티와 뒤이은 연준의 급속한 금리 인상에 중소 은행을 비롯해 미 부동산 시장 확산 조짐마저 보이고 있어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은 사설을 통해 “금리를 동결하고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파월 의장은 “물가상승률을 2%로 끌어내리려는 우리의 목표는 변함이 없다”며 “목표까지 아직 갈 길이 멀고, 험난한 경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은행 위기에 인상 종결 다가오나


워싱턴=AP뉴시스

FOMC 위원들이 향후 금리 인상 경로를 각자 ‘점’을 찍어 보여주는 점도표 따르면 중간값은 5.1%(5.0~5.25%)로 기존 전망과 같았다. 이에 따르면 베이비스텝이 한 번 정도 남았다는 의미다. 또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는 0.4%로 지난해 12월 전망치(0.5%)에서 소폭 내렸다. 실업률도 기존 전망치(4.6%)에서 4.5%로 소폭 조정됐다.

앞서 SVB 사태 발발 전인 7일, 파월 의장은 의회 청문회에 참석해 인플레이션이 재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다며 “향후 FOMC에서 금리 전망치가 올라갈 것”이라고 언급해 6%대 금리 전망까지 나왔다.

당시 발언과 달리 금리 전망치를 5.1%로 유지한 것에 대해 파월 의장은 “(당시 발언 후)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은행 위기로 인한) 신용 긴축은 사실상 금리 인상과 같은 효과 혹은 그 이상이 있다”며 최근의 은행위기를 고려해 금리 전망치를 높이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예금인출 사태 속에 은행들이 대출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등 신용 공급을 줄이는 것이 금리 인상이나 진배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연준이 발표한 성명서에서 단골 문구인 물가억제를 위한 ‘지속적인 금리 인상(ongoing increase)’은 빠지고 ‘추가적인 정책 강화(additional policy firming)’를 넣어 금리 인상 동결 시점이 가까워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를 두고 파월 의장은 “지난 2주간 은행 시스템에서 일어난 일들은 가계와 기업에 대한 신용 공급을 더 엄격하게 만들어 경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하지만 아직 (은행 위기) 영향 정도와, 이에 대한 통화정책 대응 방향을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이에 따라 물가 진정을 위해 ‘지속적 금리 인상’ 대신 ‘추가적인 정책 강화’가 적절하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금리는 계속 올릴 것”이라며 “올해 금리 인하는 보고 있지 않다”고 단언했다.

연준 발표 이후 금리인상 종결 희망 속에 뉴욕증시는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비슷한 시간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상원 청문회에서 “예금 전액 보증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전날 “필요한 보호조치를 다하겠다”고 발언한 것을 사실상 뒤집은 영향으로 뉴욕 증시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