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NOW] “코로나前 낭만 가득했던 그때로…” 불황 속 2000년대초 패션 다시 열풍 돌체앤가바나-노울스-셀린느 등 S/S컬렉션 스키니 진 새 트렌드 예고
스키니 진은 한물갔다? 올해 런웨이에 오른 봄여름 컬렉션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딱 달라붙는 핏으로 스키니 진 재유행의 신호탄을 쏜 셀린느. 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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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세계적인 불황이 낳은 결과일까? 현재 패션계는 암담한 현실을 뒤로한 채 즐겁고 순수하고 낭만이 가득했던 과거 시대를 부유하는 중이다.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 사이의 세기말 패션은 호기심 가득한 젠지(Z세대)의 아네모이아(Anemoia·경험하지 못한 시절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며 Y2K 열풍에 불을 지피는 도화선이 됐다. 이효리, 브리트니 스피어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등 2000년대를 호령한 스타일 아이콘들처럼, 손바닥 만한 티셔츠에 헐렁한 청바지를 골반에 걸쳐 입고 어슬렁대는 젠지들로 넘쳐난다.
국내에서는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이렇게 입으면 기부니 조크든요’라는 1990년대 패션 밈(SNS 유행 콘텐츠)이 생겨났다. 인스타그램에는 ‘y2kfashion’ 해시태그 게시물이 143만 개(2023년 2월 1일 기준)에 달한다. Y2K 유행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한동안 지속될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음을 입증한다.
패션업계 역시 Y2K 아이템들을 대거 소환했다. 시대를 막론하고 영원한 청춘의 상징으로 손꼽히는 데님 팬츠가 대표적이다. 세기말 감성을 잇는 넉넉한 피트의 와이드 팬츠뿐 아니라 과연 다시 유행할까 싶던 일명 나팔바지 부츠컷 팬츠와 치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담대한 로라이즈 팬츠까지 차례로 트렌드 최전방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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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니 진은 한물갔다? 올해 런웨이에 오른 봄여름 컬렉션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레이스를 덧댄 스키니 진을 선보인 돌체앤가바나(왼쪽 사진)와 과감한 터치가 가미된 데님팬츠를 선보인 모스키노 맨즈웨어(오른쪽 사진). 각 사 제공
최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22년 4분기(10∼12월) 리바이스 여성 하의 제품 중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스키니한 피트의 ‘311’, ‘721’ 모델이었다. 리바이스 대표 찰스 버그는 “지속적인 수요가 있는 만큼 스키니 진의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바이스트라우스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내 시장에서는 와이드 피트의 데님 팬츠가 강세이긴 하나, 스트레이트 피트의 데님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며 “올 1월 리바이스에서 새롭게 출시한 엠부쉬와의 협업 제품 중에서 슬림한 스타일의 스트레이트 피트 데님 팬츠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젠지들에게 스키니 진의 유행은 그리 달갑지 않을 수 있다. 편안하고 자유로운 멋을 추구하는 그들에게 신체를 조이고 억압하는 일은 낡고 오랜 관습을 따르라고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질 테니까. 그러나 이미 기류는 변화하고 있다. 젠지들이 열광하는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서는 이전처럼 스키니 진을 촌스럽다고 조롱하는 영상 대신 ‘스키니 진 잘 입는 법’, ‘나의 스키니 진에게 사과하기’, ‘여전한 스키니 진 사랑’과 같은 콘텐츠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두아 리파, 헤일리 비버, 카이아 거버 등 패션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인플루언서들 또한 스키니 진 유행에 동참하며 긍정적인 반향을 일으키는 중이다. 스타일리스트 장지연은 “데님 트렌드는 10년을 주기로 바뀌어 왔고, 스키니 진 유행은 서서히 우리 곁에 돌아오고 있다”며 “지금 당장 젠지들의 마음을 움직이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와이드와 스키니의 중간 지점인 스트레이트 피트의 팬츠 정도로 합의를 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연 젠지들이 스키니 진 유행에 편승하는 날이 올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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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은 패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