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전 튀르키예(터키)·시리아 대지진으로 오는 5월 중순으로 예정된 튀르키예 대선 일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30년 장기 집권에 도전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남부 지진 피해 10개 지역에 3개월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구조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방대한 피해 규모를 수습하기엔 역부족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정부 당국자는 10일(현지시간) “(지금) 선거에 대해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며 “이미 3개월 동안 비상사태가 발령됐고 (발령지역은) 전체 인구 15%가 거주하며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10%를 생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의개발당(AKP)과 연정을 이룬 민족운동당(MHP)이 결정할 사안이지만 사망자수가 여전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당장 (대선 일정을) 결정하기란 시기상조라고 했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달 대선·총선 일정을 당초 예정일(6월18일)보다 한 달 앞선 5월14일로 결정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5월14일은 1950년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AKP의 전신)이 27년간 통치해온 여당 공화인민당(CHP)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날이다.
2만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대지진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치생명에도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생활비 급등과 리라화 폭락으로 에르도안 정부에 대한 국민감정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대지진으로 정부의 늑장·부실 대응과 20여 년간 징수한 6조원 상당의 ‘지진세’ 불분명한 용처 문제 등이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야당과 지진 피해자들의 중심으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튀르키예 언론인 캔 던다르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에르도안 (당시) 총리가 1999년 지진으로 권력을 잡았으니 2023년 지진으로 그는 죽을 것”이라며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지진은 그를 잔해 속에 묻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9년 9월 서부 마르마라해 동부 이즈미트에서 규모 7.4 지진이 발생해 1만70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도 지금과 같이 정부에 대한 분노가 확산하면서 야당이던 AKP가 반사 이익을 얻으면서 2002년 총선에서 승리했다. 에르도안은 당시 국무총리로서 취임하면서 장기 집권의 신호탄을 울렸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