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mm 초대형방사포의 증정식이 열린 작년 12월31일 김정은 총비서의 모습.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잠행이 한 달간 이어지고 있다. 새해 국정 운영 기조 확립을 위해 박차를 가해야 할 연초에 이처럼 장기간 잠행은 이례적이어서 관심을 끈다.
1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김 총비서는 지난달 1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와 제9차 조선소년단 대회 참가자들과의 기념사진 촬영 일정 이후 현재까지 공개행보가 없다.
사실상 새해 첫날 일정을 소화한 이후 한 달이 넘도록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다. 보도일 기준으로 계산하면 30일째 공개 석상에 등장하지 않은 것으로, 이는 지난해 최장 잠행 기간을 넘어가는 수준이다.
지난해만 해도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 참관(12일)과 ‘중요 무기체계’를 생산하는 군수공장 현지지도 및 함경남도 연포 남새(채소)농장 방문(이상 28일), 리용무 전 국방위 부위원장 조문(29일) 등으로 1월 내내 활발한 공개행보를 보였다. 이 사이 당 정치국회의(20일)도 한 차례 주재했다.
1월에 김 총비서가 참석할 만한 행사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김 총비서는 최근 3년간 빼놓지 않고 참석했던 설 명절 경축 공연 관람도 건너뛰었고,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8차 회의에도 불참했다. 대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우방국 지도자들에게 신년 연하장을 보내는 등 ‘서한 외교’는 이어갔다.
이에 따라 올해 첫날까지 이어졌던 공개적인 군사적 위협도 한 달가량 멈춘 상황인데, ‘연말 전원회의’(12월26~31일) 이후 북한 전역에서 연초 경제부문 성과 추동에 집중된 분위기가 영향을 끼쳤을 수 있어 보인다.
올해는 북한의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3년차로, 전문가들은 올해가 5년 성과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은 시기로 보고 있다. 특히 북한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계획했던 수준의 경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올해 성과 도출에 전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이 ‘특별 조치’는 연장되지 않고 종료됐지만 환자 증가 추세에 긴장한 당국이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비해 김 총비서의 공개행보를 최대한 줄이는 등 ‘1호’ 주변 방역을 강화했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연초 한 달 잠행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지난해 연말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한 김 총비서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한다.
김 총비서는 역대 최장으로 열린 엿새간의 전원회의 이외에도 별도로 정치국 회의(12월30일)를 개최하고 이튿날 600㎜ 초대형방사포 증정식에 참석, 2023년 신경축대공연을 관람했다. 그리고 새해 첫날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소년단 대표와의 만남을 이어갔다. 이에 앞서 11월에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을 발사하면서 이를 대대적으로 대내외에 선전하기도 했다.
만약 개인의 신상 관련 이상이 없다면 김 총비서는 이달 초 공개활동을 재개할 것이 유력하다.
특히 오는 8일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 건군절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는 동향이 지속해서 포착되고 있는데 김 총비서가 집권 이후 열병식에 불참한 적이 거의 없어 이날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열병식을 전후해 본격적인 군사활동을 재개하는 등 내부 결속에 집중했던 분위기를 전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달 29~30일 사이에는 함경남도 마군포 기지에서 고체연료 엔진 시험을 진행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러나 만약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김 총비서가 잠행을 이어간다면 신변 이상설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