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를 영화로 읊다]〈52〉 아! 그리운 옛날
영화 ‘블루 재스민’에서 재스민은 파산 후에도 화려했던 삶에 대한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인벤트 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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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 감독의 ‘블루 재스민’(2013년)에서 재스민은 동생 집에 얹혀사는 처지가 되어서도 과거 뉴욕에서의 호화로운 삶을 잊지 못한다. 명말청초 장대(1597∼?) 역시 자신의 장원(莊園)을 잃고 소작농으로 전락한 뒤에도 풍요롭던 옛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무렵 시인은 행복했던 과거에 대한 모든 감각을 되살려낸 ‘도암몽억(陶庵夢憶)’이란 책을 썼다. 재스민이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뉴욕 시절의 고급 맨션과 상류층 파티를 떠올렸다면 시인은 매화 가득한 서재, 훌륭한 공연과 아름다운 여배우에 대한 기억이 자신의 삶을 소멸의 구렁텅이에서 구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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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지막에 재스민은 행복했던 시절 들었던 노래 ‘블루문’을 떠올려 보지만 가사가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안타깝지만 추억에만 집착하면 마음의 병이 된다. 희망 없는 현실이라 할지라도 살아가야 할 것은 현재와 미래다.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