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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제 8%” 주장한 기재부, 尹 상향 지시 4일만에 15%로

입력 | 2023-01-04 03:00:00

기재부, 세수 줄어든다며 소극적
뒤늦게 “법인세 인하 줄어 공제확대”
경제단체들 “기업투자 늘것” 환영
野 ‘10% 주장’… 국회통과 난항 예상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반도체 등 세제 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정부가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상향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지 11일 만에 또 법 개정을 공식화한 데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윤 대통령이 세제 지원을 확대하라고 지시한 지 4일 만에 기획재정부는 대기업의 세액공제율을 기존의 약 2배인 15%로 높이기로 했다. 대기업 세액공제율이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했던 10%보다 더 상향되면서 국회 통과까지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초 정부가 세수 감소 등을 이유로 세액공제율 확대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3일 ‘반도체 등 세제 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하는 안을 국회에 제시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1%포인트 낮추는 데 그쳤다”며 “법인세가 정부의 의도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대폭 상향했다”고 설명했다. 법인세 최고세율 3%포인트 인하에 맞춰 대기업의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6%에서 8%로 높였지만, 법인세 인하 폭이 줄어든 만큼 세액공제율을 더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재부는 윤 대통령이 지시를 내린 뒤에야 세액공제율 상향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0일 “기재부는 관계 부처와 협의해 반도체 등 국가 전략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기존 입장을 바꿔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대기업의 시설투자 공제율을 8%에서 15%로 높였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15% 같은 대단히 예외적인 공제율은 대통령이 아니면 하기 힘든 결정”이라며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얼마나 중점을 두는지를 명확히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 세액공제율 상향과 임시투자세액공제 도입으로 내년 세수는 3조6500억 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의 설비투자금액 중 일부를 공제해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는 올해만 적용되기 때문에 2025년부터 세수 감소 폭은 1조3700억 원으로 축소된다.

정부는 일부 대기업이 최저한세율에 걸려 세제 혜택이 줄어드는 부분은 10년간 이월해 공제받을 수 있도록 했다. 현재 기업은 각종 비과세, 감면, 공제 등을 통해 세금이 깎이더라도 수입의 17%는 반드시 세금을 내야 한다. 당초 정부는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높여줘도 최저한세율로 실제 투자 증가 효과는 크지 않다고 봤는데 이월공제로 투자 확대 유인을 만들어줬다.

민주당은 이날 “불과 며칠 만에 대통령 한마디에 이미 만들어진 법을 뒤집느냐”며 즉각 반발했다. 기재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기재위에서 관련 법안을 논의할 때 대기업 기준 세액공제율을 우리가 10%로 하자고 제안했는데 정부가 8%면 된다고 해서 8%로 했던 것”이라며 “집안 살림도 이렇게 며칠 만에 쉽게 뒤집지는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법안이 제출되면 이번 정부의 상향률이 적정한지 따져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업계와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글로벌 반도체 전쟁 속에서 한시바삐 대응 채비를 갖춰야 하는 국내 반도체업계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투자 부담이 높아 기업들의 투자 의지가 꺾일 수 있는 상황에서 나온 적절한 조치”라고 밝혔다.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세종=서영빈 기자 suhcrates@donga.com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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