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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웅래 체포안 부결… 韓 “돈봉투 소리 녹음”에도, 野 대거 반대표

입력 | 2022-12-29 03:00:00

노웅래 체포동의안 부결… 찬성 101- 반대 161
21대국회 처음… 한동훈 “잘못된 결정”




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서울 마포갑·4선·사진)의 체포동의안이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21대 국회에서 현직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처음이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재석 271명 중 찬성 101명, 반대 161명으로 부결시켰다. 기권은 9명이었다. 무기명투표로 진행되는 체포동의안 표결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의 과반 찬성으로 의결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각각 ‘자유투표’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표결 결과상 169석의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반대한 것으로 보인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야당 파괴는 마치 군사작전이라도 하듯 거침이 없다”며 검찰을 비판했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직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부결이) 잘못된 결정이란 것은 국민도 동의하실 것”이라고 했다.



노웅래 체포동의안 부결
민주당 “韓, 피의 사실 공표” 반발
과거 추미애-박범계도 혐의 보고
與 “이재명 체포안 방탄 예행연습”



신상 발언 마친 노웅래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노 의원이 신상 발언을 마치고 걸어서 이동하고 있는 모습.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이례적인 증거 설명이 체포동의안 부결의 결정적 이유였다. 검찰의 형평성을 잃은 수사, 야당 탄압에 대한 항의 표시로 대거 반대표를 던졌다.”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것에 대해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이같이 말했다. “개인 비리를 감싸는 방탄 정당”이란 비판이 나오더라도 검찰의 야당 탄압에 대해 집단 방어막을 쳤다는 것.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국회마저 비리 의원 보호 수단인 ‘방탄 국회’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 민주당 “한동훈 장관 탓”

이날 여야 의원 271명이 표결에 참석한 가운데 찬성이 101표, 반대가 161표로 반대표가 절반을 넘었다. 민주당 169석, 국민의힘 115석, 정의당 6석 등 정당별 의석수를 고려하면 민주당에서 대거 반대표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체포동의안 가결을 당론으로 택했기 때문.

민주당은 자유투표 방침을 정했지만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부터 부결 분위기가 조성됐다. 노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정치 검찰의 기획 수사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당 김승원 법률위원장도 “검찰이 노 의원을 무리하게 수사하고 기소했다”며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한다.

한 장관이 이날 본회의 표결에 앞서 “노 의원의 봉투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 녹음돼 있다”고 언급한 점이 민주당 내 부결 여론을 결집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장관은 “지난 20여 년간 중요한 부정부패 수사 다수를 직접 담당해 왔지만, 부정한 돈을 주고받는 현장이 이렇게 생생하게 녹음돼 있는 사건은 본 적이 없다”며 “노 의원이 구체적 청탁을 받은 뒤 돈을 받으면서 ‘저번에 주셨는데 뭘 또 주냐. 저번에 그거 잘 쓰고 있다’고 말하는 것 등도 녹음돼 있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한 장관을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한 장관의 본분을 저버린 피의사실 공표와 자기정치가 노 의원 체포동의안의 부결을 불러왔음을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법무부는 입장문을 내고 “표결 전 근거자료로 범죄 혐의와 증거 관계를 설명하는 건 법무부 장관의 당연한 임무”라고 맞섰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추미애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도 체포동의안 표결 전에 국회에서 보고했다.
○ 국민의힘 “이재명 체포동의안에 대한 예행연습”
국민의힘은 즉각 ‘방탄 정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21대 국회 들어 제출됐던 민주당 출신 정정순 전 의원과 민주당 출신인 무소속 이상직 전 의원, 국민의힘 정찬민 의원의 체포동의안 3건은 모두 가결됐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똘똘 뭉쳐 노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반대했다”며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예행연습이라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정의당도 “비리 부패 혐의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민주당이 당론을 결정하지 않고 자유투표를 선택한 것 자체가 비겁하다”며 “방탄 정당의 오명을 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노 의원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도 입장문을 내고 “21대 국회에서 부패범죄 혐의를 받는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모두 가결된 사례들과 비교해 보더라도 형평성에 어긋난 결과”라며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죄질에 부합하는 사법적 처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검찰은 노 의원에 대해 이르면 연말, 늦어도 연초에는 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현직 의원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한 전례를 찾기 힘들다”며 “수사팀이 노 의원에 대해 불구속 기소한 뒤 사법 판단을 받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