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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시한 4번 넘긴 예산안 합의… 대체 뭘 위해 그리 다퉜나

입력 | 2022-12-23 00:00:00

예산안 합의한 여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산안 합의 관련 기자회견 중 합의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2.12.22. 뉴시스


여야가 어제 내년도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 등 핵심 쟁점에 일괄 합의했다.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안이든, 정부안이든, 민주당의 ‘감액’ 수정안이든 23일엔 무조건 처리하겠다며 최후통첩을 날린 뒤 최종 타결에 성공한 것이다.

최대 쟁점이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는 4개 구간 모두 1%포인트씩 인하하기로 했다. 정부 여당은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이라며 과세표준 3000억 원 초과 기업의 최고세율(25%)을 3%포인트 인하할 것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부자 감세”라고 맞섰다. 결국 김 의장 중재로 더 작은 규모의 기업들에 대해서도 과세 구간별로 세율을 1%포인트씩 낮추는 방안에 합의했다.

행정안전부 경찰국,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은 막판까지 논란을 빚다 예비비가 아닌 정식 예산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다만 민주당 요구를 일부 수용해 총액 5억 원 중 50%를 감액하기로 했다. 경찰국 등 신설 조직 예산 문제를 놓고 막판까지 대통령실 태도가 완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권한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 자체가 거대 야당의 횡포이자 ‘대선 불복’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예산안 처리가 시급한 만큼 대통령실도 한발 물러섰다고 한다.

예산안 처리는 법정시한(2일), 정기국회 회기 종료일(9일)은 물론 김 의장이 앞서 제시했던 두 차례의 시한도 넘겼다. 2014년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가장 늦게 처리하는 신기록을 세우게 됐다. 합의 내용을 보면 이러자고 그리 다퉜나 싶을 정도다. 재계가 간절히 요청했던 법인세 인하는 “재벌 특혜” 논란 끝에 ‘무늬만 인하’에 그쳤다. 경찰국 등 예산을 둘러싼 갈등은 신구 권력 기 싸움 성격이 짙었다. 지역화폐 예산 증액을 놓고 포퓰리즘 논란도 재연될 전망이다.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을 2년 유예하기로 한 것은 경제 상황을 반영한 적절한 조치다.

내년도 예산안은 정부가 제출한 639조 원에서 4조6000억 원 감액된 규모다. 이제라도 600조 원이 넘는 새해 살림살이에 합의한 것은 다행이다. 여야는 예산안 처리에서 보여준 극한 대치를 반성해야 한다. 새해엔 당리당략을 넘어 국가 경제, 민생을 위한 협치의 노력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