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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 떨칠수 없을까… 값 낮춘 메모리폼 매트리스로 ‘틈새’ 공략

입력 | 2022-12-23 03:00:00

[Question&Change]〈23〉‘삼분의일’ 전주훈 대표
택배 배송으로 물류비 90% 줄여… 100일내 교환-반품 제도도 도입
온라인 판매 등 누적매출 400억… AI로 수면온도 찾는 제품 개발중



전주훈 ‘삼분의일’ 대표가 서울 서초구 삼분의일 강남체험관에서 이 회사가 만든 메모리폼 매트리스에 누워 미소를 짓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가사도우미 플랫폼 ‘홈클’을 2014년 창업했다가 2년 만에 접게 된 전주훈 ‘삼분의일’ 대표(39)는 하루 밤잠을 두세 시간씩만 자는 생활을 6개월여간 지속하다가 우울감을 느꼈다. 의사는 “하던 일을 빨리 정리해야 나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폐업을 마무리한 전 대표는 두 달간 발리로 여행을 떠났다가 질문을 가졌다. ‘수면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회사는 왜 없을까.’ 메모리폼 매트리스로 유명한 수면 전문 스타트업 ‘삼분의일’이 2017년 탄생한 배경이다.

전 대표는 홈클 창업을 통해 ‘큰 문제를 풀 수 있는 시장을 선택해야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홈클의 핵심 서비스인 집 청소는 사람들에게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이었다. 청소가 하루 밀린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서비스 운영방식을 표준화하기도 어려웠다. “홈클의 핵심은 알고리즘 매칭 등 기술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사도우미와 이용자들의 불만을 처리하느라 10년 뒤 비즈니스 모습이 그려지지 않았다.”

수면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국내에 이렇다 할 메모리폼 매트리스 회사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해외에서는 스프링 매트리스 특유의 꺼짐 현상을 보완할 수 있는 메모리폼 매트리스가 확산되고 있었지만 한국 매트리스 시장의 주축은 대기업의 스프링 매트리스였다.

틈새시장을 발견한 전 대표는 다양한 베타테스트를 통해 5중 구조의 매트리스를 만들었다. 온돌 문화에 익숙한 한국 문화를 고려해 소비자가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단단한 매트리스와 좀 더 푹신한 매트리스 등 종류를 다양화하는 방법으로 차별화했다.

스타트업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가격 거품을 없애야 했다. 물류비용을 줄이기 위해 1억5000만 원짜리 매트리스 압축 기계를 들였다. 퀸 사이즈의 매트리스를 초압축해 높이 1m, 가로세로 45cm 크기의 박스에 포장했다. 직접 배송을 하는 다른 매트리스와 달리 택배로 배송을 하면서 물류비를 10분의 1로 줄였다.

구입 후 100일 이내에 몸에 맞지 않으면 교환이나 반품이 가능한 ‘100일 체험 제도’도 도입했다. 타깃 고객은 ‘판교의 개발자’로 정했다. 개발자들이 생산성 높은 하루를 보내는 것에 관심이 큰 점을 고려한 것이다. 원하던 대로 첫 6개월간 고객의 80%는 남성이었다.

사용감이 중요한 매트리스 특성상 온라인으로만 홍보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그렇다고 대기업처럼 곳곳에 판매장을 마련할 수는 없었다. 전 대표는 삼분의일이 입주한 공유오피스 한편에 체험관을 조성하고 설명에 나섰다. 홈페이지에 리뷰가 1000개가량 쌓이자 체험관에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을 통한 구매가 활발해졌다.

매트리스를 통해 4년간 누적 4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한 삼분의일은 내년 스마트 매트리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인공지능(AI)을 통해 개인에게 맞는 최적의 수면 온도를 찾아내고, 매트리스에 삽입된 실리콘관을 통해 온도를 조절해주는 방식이다. 수면데이터 및 센서 회사도 인수해 수면회사로서의 비전을 명확히 할 계획이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