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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욱 “모든 건 이재명 의지에 따라…우리는 끌려간 것”[법조 Zoom In/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입력 | 2022-12-10 12:01:00

김만배 “전언이나 추측에 불과” 신빙성 지적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33화입니다.》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지난달 21일 석방 뒤 처음 열린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과정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최종 결정권은 이재명 시장(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있었다. 모든 건 이재명 시장의 의사에 따라서 이뤄졌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 사건 67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반대신문에 나선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측의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과 확정이익 방침, 건설사 배제 방침 등 대장동 사업 주요 사항은 모두 성남시가 정책적으로 결정한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습니다.

이 사건 피고인 중 남 변호사와 함께 민간업자로 묶을 수 있는 인물은 김 씨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입니다. 김 씨는 이 사건 초기부터 대장동 사업은 성남시의 정책적 결정에 따라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된 것이라며 일부러 민간에 이익을 몰아줬다는 특경법상 배임 혐의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결과적으로 민간의 이익이 커졌을 뿐 사업은 정당하게 진행됐고 자신은 성남시의 방침을 따랐을 뿐이란 겁니다.

정 회계사도 최근 법정에서 김 씨와 마찬가지로 “톱-다운 방식으로 방침이 내려온 것이 맞다”고 태도를 바꿨습니다. 정 회계사는 검찰 수사 단계 등 초기에는 대장동 사업 주요 내용들이 본인을 포함한 민간업자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진술했습니다. 지난달 61차 공판에서 정 회계사는 “진술을 바꾼 게 아니라 사실을 파악한 것”이라면서 그간 ‘바텀-업’ 방식으로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보니 아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요구가 ‘실제로는 안 통했다’는 방식으로 배임 혐의를 부인한 겁니다.

남 변호사는 이와 관계없이 2015년 공모지침서 작성 등 대장동 사업 추진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2014년 12월 본인은 이미 사업에서 배제됐었다는 주장으로 배임 혐의를 부인해왔습니다. 그런데 남 변호사는 최근 법정에서 대장동 사업의 주요 사항이 “이재명 시장의 의지에 따라 이뤄졌다”고 강조하며 이 대표의 역할을 누구보다 가장 크게 부각하고 나섰습니다.
●남욱 “우리는 사업 과정에서 계속 따라가고 끌려간 것”

9일 열린 69차 공판에서 남 변호사는 대장동 사업은 이 대표 측의 주도로 이 대표 개인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됐고 본인을 포함한 대장동 일당은 “(이 대표에게) 끌려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사업이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됐다며 이 대표 측에 책임을 미룬 것이지만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 김 씨와 정 회계사의 입장과 차이가 있습니다.

남 변호사는 “이 사건은 최초에 이재명이 (제1공단을) 공원으로 만들지 않으면 사업을 못 하게 하겠다고 해서 시작된 것”이라며 “그래서 본인 의사결정으로 (대장동 사업 수익을 높이기 위해) 용적률을 올려주고 터널을 뚫고 임대아파트를 줄여주고 그걸 가지고 결국 도지사 선거를 나갔고 원하는 걸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그 과정에서 우리는 계속 따라갔다. 우리가 ‘이거 해 주세요. 저거 해 주세요’ 한 게 아니라 계속 끌려가면서 이 일이 진행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대표는 1공단 공원화를 공약으로 내세워 2010년 성남시장에 처음 당선됐고 2014년에는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이날 남 변호사는 대장동 부지 용적률 상향과 임대아파트 비율 축소, 서판교 터널 개통 등은 대장동 개발수익으로 1공단 공원화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이 대표가 결정한 것이라고 증언했습니다. 남 변호사는 “이 대표가 1공단 공원화 의지가 있었던 것은 본인의 (성남시장) 재선을 위해 자신의 공약 이행이 중요해서가 아니냐”는 검찰의 질문에 “맞다. 그게 1번 공약이었다”고 했습니다.

이후 실제로 대장동 사업은 제1공단과의 결합개발 형태로 추진됐고 성남도시개발공사는 2015년 화천대유와 대장동 사업에서 1공단 조성 비용(2561억 원)과 임대주택 용지 수익(1822억 원)을 고정이익 형태로 배당받는 사업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남 변호사는 “대장동을 개발하는 이유가 1공단 공원화 사업을 위해서다. 이게 이재명 시장의 의지이고 뜻이라는 정도로 (2013년경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에게 들어)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작성된 이 사건 검찰 공소사실은 결국 남 변호사 등 민간업자들의 요구가 ‘바텀-업’ 방식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사업 결정에 반영됐다는 구조입니다. 다만 그 ‘윗선’은 유동규 전 사장 직무대리 선에서 그칩니다. 최근 검찰은 민간업자들의 요구가 유 전 직무대리에서 더 올라가 이 대표까지 전달됐고 그 과정에서 9일 기소된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수감 중) 등이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남 변호사는 “유 전 직무대리가 중간에서 저희 입장을 계속 전달하는 역할을 한 건 맞다”고 했습니다.

남 변호사의 입장은 이처럼 ‘바텀-업’ 방식의 연결고리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 대표 측이 본인의 뜻대로 사업을 주도했다는 겁니다. 남 변호사는 “제가 계속 이 대표가 최종 결정한 거라고 말하는 이유는 결국 이재명이 원하는 대로 사업을 끌고 갔고, 그렇게 사업이 됐고, 나중에 (천화동인 1호) 지분까지 가져가지 않았느냐”며 “그래서 제가 계속 이재명의 의사대로 한 거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만배, 유동규 ‘망신’ 일화 언급하며 역할 축소

2일 열린 67차 공판에서는 석방 뒤 재판에 연이어 증인으로 출석한 남 변호사에 대한 김 씨 측 반대신문이 처음으로 진행됐습니다. 김 씨 측은 첫 질문부터 남 변호사 진술의 신빙성을 공격하고 나섰습니다. 김 씨 측은 남 변호사가 지난달 21일 0시 석방되기 불과 2시간 전인 20일 오후 10시경까지 남 변호사가 장시간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미리 증언 (내용을) 협의한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남 변호사는 “그런 사실 없다”고 답했습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지난달 25일 석방 뒤 처음 열린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재판에서 김 씨 측은 대장동 사업은 성남시의 정책 결정을 통해 정당하게 진행됐고 확정이익 방침 등은 그 당시 시점에서 볼 땐 합리적인 결정이었다는 점 등을 입증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특히 이를 위해 민간업자들과 유착했던 유 전 직무대리는 사업에 관한 결정 권한이 없고 이 대표를 설득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도 아니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김 씨 측은 남 변호사가 검찰 조사 당시 진술한 유 전 직무대리가 망신당한 일화를 언급했습니다. 김 씨 측 변호인에 따르면 남 변호사는 검찰 조사 당시 “유명한 일화가 있다. 2018년경 성남시 국장들과 유동규, 정민용 변호사, 이재명 시장이 대장동 회의를 하는데 시장이 뭘 물어봤다고 한다. 그래서 유동규가 자리에서 일어났더니 이 시장이 ‘야 너는 앉아있어. 정 변호사가 얘기해봐’라고 했고 정민용이 설명했다고 한다. 우스갯소리로 성남시 국장들이 ‘(직제상 하급자인) 정 변호사가 더 위인가 보다’라고 말을 했다고 한다”고 진술했습니다.

이에 대해 남 변호사는 “그렇게 진술한 게 맞다”면서 “정 변호사가 제게 이런 일이 있었다고 얘기해서 기억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김 씨 측은 “만약 유 전 직무대리가 이 대표와 긴밀한 관계거나 신임받고 있었다면 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설명할 기회를 줬을 건데 발언 기회조차 안 준 것 아니냐”면서 “이야기를 듣고 유 전 직무대리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지 않았느냐”고 했습니다. 남 변호사는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며 “어차피 유 전 직무대리는 개발사업 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그럴 수 있었겠다고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김만배 “남욱, 소문이나 추측에 불과한 진술 너무 많이 해”
김 씨 측은 5일 열린 68차 공판과 9일 열린 69차 공판에서는 본격적으로 이 대표와 그 측근 그룹에 대한 폭로를 쏟아내고 있는 남 변호사 증언의 신빙성을 공격했습니다. 남 변호사는 최근 법정에서 천화동인 1호에 이 대표와 정 전 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지분이 있고 2014, 2018년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선 선거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선거자금을 지원했다는 등의 증언을 했습니다. 대부분 “김 씨에게 들은 이야기”라며 전하는 말이었습니다.

김 씨 측은 69차 공판에서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의혹에 대해 “증언 취지를 종합하면 김만배, 정영학, 증인(남욱 변호사) 셋이 2015년 2월경 모였을 때 김 씨가 ‘자신의 지분은 12.5%밖에 안 되고, 나머지 37.4%는 이 시장 측 지분’이라고 이야기했다는 것”이라며 “정 회계사는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하고 김 씨도 ‘그런 적 없다’고 한다. 그런데 유일하게 남 변호사만 기억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남 변호사는 “말씀하신 분(김만배)이 제일 잘 알리라 생각한다”고 맞섰습니다.

김 씨는 선거자금 지원 등 의혹과 관련해서도 여러 차례 “실제 돈이 지급됐는지는 알지 못하지 않느냐” “들은 말에 본인의 추측을 가미한 것 아니냐”는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남 변호사의 증언이 전언이나 추측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남 변호사는 “소문이나 추측에 불과한 진술을 너무 많이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김 씨 측 질문에 “이 법정에서 한 진술은 김 씨에게 들은 얘기만 말씀드렸다”고 했습니다.

김 씨 측은 동시에 김 씨가 평소 말할 때 ‘허풍’이 심하다는 취지의 주장도 했습니다. 김 씨는 지난달 30일 열린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50억 뇌물수수’ 사건 결심 공판에서 직접 “제 허언과 잘못된 언어 습관으로 이 법정에 서게 돼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이름도 언급됐습니다. 김 씨 측은 9일 남 씨의 검찰 진술조서를 공개하면서 “증인은 검찰에서 ‘조선일보 기자와 통화했는데, 윤석열 밑에 있는 검사 중에 김만배한테 돈 받은 검사들이 워낙 많아서 이 사건은 수사를 못 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너무 허황되고 근거 없지 않나”라고 지적했습니다. 남 변호사는 “저는 그렇게 들었다”며 “김만배 본인도 그런 말을 했는데 그 말이 다 거짓말이란 말인가”라며 맞받았습니다.
●남욱 “씨알도 안 먹혀요” 인터뷰 두고 공방

미국에 체류 중이던 남욱 변호사가 지난해 10월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대검찰청 관계자들과 함께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5일 68차 공판에서 김 씨 측은 남 변호사가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귀국하는 길에 이 대표를 두고 “씨알도 안 먹힌다”고 언급한 JTBC 인터뷰 보도 영상을 재생했습니다. 이 대표는 그동안 ‘씨알도 안 먹힌다’는 남 변호사의 말을 여러 차례 인용하며 결백을 강조해 왔습니다. 이 대표는 올 10월 페이스북에서 “이재명은 씨알도 안 먹혔다고 인터뷰했던 남욱이 이재명의 대선 경선 자금을 줬다고 최근 검찰 진술을 했다는데 어떤 말이 진실이겠느냐”라고 썼습니다. 7일에는 “요새 호를 씨알로 바꿔라, 씨알 이재명으로 바꾸라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김 씨 측은 “이 인터뷰는 거짓말이냐. 증인 주장대로면 ‘씨알이 많이 먹힌 것’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남 변호사는 “워딩 자체는 사실이다. 이재명은 공식적으로 씨알도 안 먹힌다. 밑에 사람이 다 한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씨 측이 “공식적 입장은 여전히 이재명은 씨알도 안 먹히는 사람이냐”고 묻자 남 변호사는 “공식적으로는 그렇다”면서 “배경 설명을 드릴 수 있는데 그럴까요”라고 했습니다. 김 씨 측은 “아니다. 됐다”라며 기회를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9일 69차 공판에서 검찰은 “김 씨 측 반대신문 과정에서 증인이 ‘배경을 설명해 드릴까요’라고 했었는데 그렇게 인터뷰하게 된 자세한 배경이 뭐냐”고 물었습니다. 남 변호사는 “당시 김 씨와 연락했는데, 김 씨가 ‘그래도 이재명 시장하고 한배를 탔는데 좀 고려해보라’는 취지의 얘기를 두세 차례 했다”며 “김 씨가 ‘유서를 쓰고 있다’는 얘기도 해서 당시 심리적으로 흔들렸다. 마침 귀국하는 길에 JTBC 기자가 (비행기에) 같이 탔길래 ‘씨알도 안 먹힌다’ 그렇게 말씀드린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답변하는 남 변호사를 가만히 바라보던 김 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습니다.

다음 공판은 16일 열립니다. 이날 재판에서는 이 사건 피고인인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됩니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