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숙 시인은 “매일 해방촌의 가파른 골목을 걸어 다니며 사람들을 관찰하고 이를 시로 옮겨 적는다”고 했다. 문학과지성사 제공
황인숙 시인(64)은 최근 출간한 9번째 시집 ‘내 삶의 예쁜 종아리’(문학과지성사)에서 서울 용산구 해방촌을 이렇게 표현한다. 그는 1986년 집세가 저렴한 곳을 찾아 해방촌에 들어왔고, 지금은 작은 옥탑방에 살고 있다. 언덕이 많은 동네, 가파른 골목길을 매일 오르락내리락하느라 굵어진 종아리를 보고 그는 역설적으로 “예쁘다”고 표현한다.
28일 전화로 만난 그는 “해방촌 언덕을 오르내리다 보면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고 담담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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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내 삶의 예쁜 종아리’. 문학과지성사 제공
황인숙 시인. 문학과지성사 제공
1984년 시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로 등단한 그는 매일 오후 7시부터 새벽 3시까지 해방촌을 돌며 길고양이에게 밥을 준다. 그러나 ‘동네 한 바퀴 돌고/ 돌아오는 길에 보니/ 고양이 밥그릇이 사라졌다’(시 ‘봄의 욕의 왈츠’ 중)는 일도 벌어지는 게 현실이다.
“1개월에 길고양이 사료만 240kg를 삽니다. 언덕을 오르내리며 고양이들 밥을 주죠. 그런데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일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요. 슬픈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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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돌보는 고양이만 80마리에 가깝습니다. 이 아이들을 두고 떠날 수가 없어 해방촌을 못 떠날 것 같아요. 집세를 못 내서 쫓겨날 때까지 이곳에 살 겁니다.”
이호재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