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 D-1] 펜실베이니아 유세 현장 르포
8일(현지 시간)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5일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템플대에서 지지 유세를 벌이고 있다(위 사진). 같은 날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 라트로브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자신의 2016년 대선 슬로건이 적힌 빨간색 모자를 쓰고 유세장에 등장했다. 필라델피아·라트로브=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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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 시간) 오후 1시경 펜실베이니아주의 주도(州都) 필라델피아. 8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필라델피아 시내 한복판에 있는 템플대에 1km를 넘는 긴 줄이 생겼다. 이날 오후 5시부터 열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합동 유세를 보기 위해 민주당 지지자들이 총출동한 것.
한때 백악관에서 대통령과 부통령으로 호흡을 맞췄던 두 민주당 전·현직 대통령이 함께 연단에 서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뒤 처음이다.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당을 탈환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자 합동유세로 총력전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민주당을 구하기 위한 최후의 시도”라고 평가했다.
중간선거가 끝난 뒤 14일경 2024년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의 또 다른 주요 도시 피츠버그 남동쪽 라트로브에서 맞불 유세를 벌였다. 라트로브는 펜실베이니아 서쪽 끝에 있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 슬로건이 적힌 팻말을 들고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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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선거가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자신과 독재를 상징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승부 구도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4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인플레이션 등 경제 문제가 중간선거를 좌우할 최대 쟁점이라고 본다.
○ 오바마, ‘바이든 구하기’ 나서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함께 손을 흔들며 유세장에 나타나자 관객석을 가득 메운 8000명에 가까운 민주당 지지자들이 일제히 환호했다. 오전 7시부터 줄을 섰다는 버네사 씨(51)는 “오늘이 중간선거의 터닝포인트(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세장을 찾은 민주당 지지자인 패티 씨(62)는 “이번 중간선거의 최대 이슈인 물가 문제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썩 잘했다고 보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가장 먼저 연단에 오른 바이든 대통령은 “환호 소리가 너무 커 라트로브에까지 들릴 것 같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뽑았던 그 투표를 기억하라”며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기대는 모습을 보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휘발유 가격과 식료품 가격이 오른 지금 민주주의가 여러분의 최우선 순위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민주주의를 포기한 국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봐 왔다”고 말했다.
○ 트럼프 “거대한 ‘레드 웨이브’ 일 것”
미국 국기 색깔로 칠해진 전용기를 타고 라트로브 공항에 내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붉은 ‘마가(MAGA)’ 모자를 쓰고 곧바로 연단에 올랐다. 최근 남편이 괴한의 공격을 받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언급하며 “우리는 사흘 뒤 펠로시의 미친 정치 경력을 끝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구하고 싶다면 거대한 ‘레드 웨이브’와 함께 공화당에 투표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는 그 아름다운 하우스(house)를 되찾을 것”이라며 백악관 재입성 목표도 시사했다. 놈 볼프 씨(57)는 AFP에 “가격(물가)이 말도 안 된다. 민주당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펜실베이니아는 올해(중간선거)는 물론이고 이후(2024년 대선)에도 광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6, 2020년 대선에서 펜실베이니아에서 이긴 후보가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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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