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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생리의학상에 ‘고유전체학 확립’ 스반테 페보…2대째 수상 영광

입력 | 2022-10-03 20:11:00

2022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스반테 페보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장. 막스플랑크연구소 제공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멸종된 고대인과 현대인의 유전자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한 학자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노벨위원회는 2일(현지시간) 2022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스반테 페보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장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는 현대인과 예전에 멸종된 고대인을 구별하는 유전적 차이를 규명했으며 고(古)유전체학이란 새로운 학문분야를 확립했다”며 “현생 인류의 면역체계가 감염에 어떻게 반응하고 인간다움을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밝혀내 인류의 과학과 의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페보 소장은 2008년 러시아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된 멸종 인류 ‘데니소바인’의 DNA를 바탕으로 해당 고대인의 유전자 지도를 해독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당시 데니소바인의 손가락 부분 뼈에서 채취한 손상된 DNA를 재조합했다. DNA의 나선 가닥들을 분리해 분석할 수 있는 자료의 양을 2배로 늘렸고, 게놈의 모든 부위에 대해 30차례씩 염기서열을 분석함으로써 현대인의 유전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했다. 김성수 경희대 의학전문대학원 생화학분자생물학교실 교수는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라는 새로운 기술을 인류학에 도입했다”고 말했다.

페보 소장은 의사 출신의 인류학 연구자다. 인류학자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벨 생리의학상에서 단독 수상자가 선정된 것도 6년 만이다. 2016년 생물학자인 오스미 요시노리 일본 도쿄대 교수의 단독 수상 이후 한 동안 공동수상자가 선정돼 왔다. 정충원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인류학에서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진화인류학이나 고유전체학 등 관련 최근 연구들이 현생 인류의 건강과 직결된다는 점이 인정받은 듯 하다“고 말했다.

페보 소장의 수상은 ‘2대에 걸친 수상’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생화학자인 그의 아버지 수네 뵈르스퇴름은 1982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에 선정됐다. 페보 소장은 혼외자이기는 하지만 7번째 부자 노벨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페보 소장이 쓴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는 2014년 ‘아마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고 국내에서도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였다. 페보 소장은 상금으로 1000만 스웨덴크로나(13억 70만원)를 받는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기자 jawon1212@donga.com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