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로스앤젤레스=김현수기자 kimhs@donga.com
비영어권 드라마 출연자 중 최초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이정재는 해외 기자들로부터 ‘비영어 연기로 어떻게 주연상을 받을 수 있었는지’란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이제 언어보다 주제의식, 메시지, 연출이 훨씬 더 중요해졌다. 오징어게임이 그에 부합한 것 같아 기쁘다”고 강조했다. 12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이 끝난 직후 인근 호텔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장이었다.
● “이제 언어는 중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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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믿을 수 없는 일이 우리에게 일어났다”(황동혁 감독), “한국 문화가 역사가 되는 순간에 있어 기쁘다”(박해수), “오늘 밤 꿈을 꾸는 것 같다”(김지연 대표)며 한국 드라마가 미국 에미상 시상식의 중심에 선 소감을 말했다.
특히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정재는 시상식 소감을 한국어로 마무리한 데 대해 “꼭 한국말로 하고 싶었다”며 한국 관객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황 감독은 “영어가 아닌 첫 (드라마) 시리즈로 에미상의 벽을 넘었다. 인터내셔널 부문도 있지만 프라임타임에 오징어게임을 후보로 올려 문을 연 것”이라며 ‘오징어게임’ 에미상 6관왕의 의미를 설명했다. “올림픽이 아닌데 국가대표가 된 느낌”이라고도 했다.
김 대표와 황 감독은 처음 기획부터 해외 시청자에게 어떻게 다가갈까 고민했다고 전했다. 황 감독은 “글로벌 관객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누구나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상징 기호들, 직관적으로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디자인, 도형, 게임을 넣어 호응을 받았다”며 “팬데믹을 겪고 있는 와중이라 빈부격차라는 주제의식에도 공감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시즌2는 작품상을 노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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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배우들은 한국의 좋은 콘텐츠가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더욱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과거에도 글로벌 플랫폼이 있었다면 인기를 누렸을 작품을 묻는 질문에 배우 정호연이 “모래시계”라고 답하자 배우 이정재가 멋쩍은 듯 웃기도 했다. 오영수는 “전에는 (우리) 민족의 나약한 면을 느꼈는데, 이제는 자신감을 우리 국민들에게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오징어게임을 바탕으로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도 초읽기 상태다. 이정재는 디즈니플러스의 ‘스타워즈’ 시리즈 주인공으로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극비라고 들었는데 비행기 타고 오는 중에 LA에서 기사가 났다”며 “아직은 이야기만 있는 단계로 조금만 더 기다려주면 좋은 뉴스가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