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골매 콘서트
38년 만에 함께 콘서트를 연 송골매의 배철수(왼쪽)와 구창모. 드림메이커 엔터테인먼트 제공
“살이 떨릴 정도로 흥분을 했어요. 무대에 서니 코끝이 찡하고 목이 메네요.” (구창모)
“머리스타일도 바꾸고 기타를 메니 20대 때로 돌아간 것 같아요.” (배철수)
검은 가죽자켓에 청바지, 검정색 운동화 차림으로 등장한 송골매의 배철수. 드림메이커 엔터테인먼트 제공
송골매는 1979년 한국항공대 동아리 록 밴드인 ‘활주로’ 출신인 배철수가 결성했다. 1982년 홍익대 밴드 ‘블랙테트라’ 멤버인 구창모와 김정선을 영입한 뒤 2집 앨범을 발매하며 밴드의 전성기를 맞았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KBS ‘가요톱텐’ 5주 연속 1위를, 후속곡 ‘모두 다 사랑하리’는 4주간 1위를 차지했다. ‘처음 본 순간’ ‘빗물’ ‘하늘나라 우리님’ ‘모여라’ 등 여러 히트곡을 내놓으며 인기를 끌었다. 1984년 구창모가 밴드를 탈퇴했고, 1990년 배철수가 MBC FM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진행을 맡으며 정규 9집을 끝으로 밴드는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이번 콘서트는 38년 만에 두 사람이 함께 꾸린 무대다.
공연의 시작을 알린 곡은 송골매의 최대 히트곡 ‘어쩌다 마주친 그대.’ 익숙한 전주에 맞춰 검정색 가죽 자켓에 청바지 차림의 배철수, 송골매 티셔츠에 흰색 재킷을 걸친 구창모가 등장하자 객석은 말 그대로 열광으로 가득찼다. 5060 여성 팬들은 ‘송골매’가 적힌 형광 응원봉을 흔들며 ‘소녀팬’이던 시절로 돌아갔다. 객석에선 플래카드를 흔드는 이도 눈에 띄었다. 특히 무대가 객석에 가까이 다가가도록 움직이자 환호는 극에 달했다. 무대가 이동한 위치의 객석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했고, 팔로 크게 하트를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열창하는 송골매의 리드보컬 구창모. 드림메이커 엔터테인먼트 제공
드림메이커 엔터테인먼트 제공
드림메이커 엔터테인먼트 제공
송골매는 ‘어쩌다 마주친 그대’와 ‘모두 다 사랑하리’를 앙코르곡으로 들려주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오후 9시 30분까지 2시간 반 동안 27곡을 소화하면서도 무대 끝까지 눈을 빛내며 노래하는 두 사람에 관객들은 흠뻑 빠져들었다. 20대에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어느덧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머리는 하얗게 샜고, 눈가에 주름은 졌지만 청바지 차림의 두 뮤지션은 여전히 청춘이었다. 이날 부인과 공연장을 찾은 윤규남 씨(62)는 “아내와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들었던 20대로 돌아간 것 같은 하루였다”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김재희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