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위대한 식물 상자/루크 키오 지음·정지호 옮김/408쪽·2만5000원·푸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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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9년 영국 런던. 호기심 많은 외과의사 너새니얼 워드의 집에서 인류의 역사를 바꿀 새싹이 고개를 내밀었다. 번데기가 나방이 되는 모습을 보려고 유리병 속에 마른 잎, 번데기, 흙을 넣어뒀는데 흙 표면 위로 새싹이 튼 것. 이 식물은 병 속에서 무려 3년을 살았다.
4년 뒤 워드는 양치류 등을 넣은 밀폐형 유리 상자를 호주 시드니까지 배에 실어 보냈다. 이후 호주 자생 식물 풀고사리 등을 같은 상자에 넣어 런던으로 보내는 실험도 진행했다. 두 실험은 대성공이었다. 식물을 살아있는 상태로 원거리를 이동시키는 일명 ‘워디언 케이스’가 발명된 순간이었다.
워디언 케이스는 식물을 종자 형태로 운반할 때 말라 죽거나 곰팡이가 피는 문제를 단번에 해결했다. 살아있는 식물을 그대로 운반하는 건 다른 대륙의 환경을 고스란히 이동시킨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워디언 케이스는 바닐라 후추 등 온갖 식물을 유럽으로 들여오는 ‘마법의 상자’로 대활약하며 종묘업계와 식물학자들에게 각광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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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위디언 케이스로 식물을 자유롭게 운반한 결과를 빛과 그림자로 나눠 균형 있게 조명한 저자의 통찰력과 낯선 식물 상자 이야기를 쉽고 흥미롭게 풀어 쓴 솜씨가 돋보인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