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직업/마리오 루트비히 지음·강영옥 옮김/256쪽·1만6000원·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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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글래디에이터’(2000년)에서 주인공 막시무스 장군(러셀 크로)이 숙청당하고 노예시장으로 끌려갈 때 칼로 깊이 베인 왼쪽 어깨 상처엔 구더기가 붙어 있다. 막시무스가 구더기를 떼어내려고 하자 다른 노예가 그냥 놔두라고 한다. 구더기가 항균 치료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시대엔 그럴 일이 많이 없겠지만 구더기는 꽤 오래전부터 인류의 외과 의사 역할을 해왔다. 상처 부위에 생기는 염증성 분비물과 죽은 세포는 피부 재생을 방해하지만, 구더기에겐 더없이 좋은 영양분이다. 구더기의 소화 효소엔 세라티신과 디펜신 등 항균 물질이 있어 감염된 상처 치료에 효과적이다.
나폴레옹의 주치의 도미니크 장 라레도 18세기 말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 당시 구더기를 활용했다. 1940년대 페니실린 도입 후 구더기의 활용도는 떨어졌지만 지금도 상처 치료가 어려운 당뇨병 환자에게 구더기 요법이 쓰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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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그동안 몰랐던 동물의 이야기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80년 전 임신 여부를 확인하는 데 쓰였던 아프리카발톱개구리, 등을 핥으면 몽롱해지는 콜로라도개구리 이야기 등도 흥미롭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