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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우리 아이를 편애하거나 미워할 때[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입력 | 2022-08-24 03:00:00

〈161〉 차별하는 교사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참 조심스러운 주제이다. 아이가 중학생 혹은 고등학생인데 교사가 아이를 너무 편애하거나 혹은 이유 없이 미워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부모들이 학창 시절을 보냈던 몇십 년 전에는 이런 선생님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공정하고 공평하게 모든 아이를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교사들이 굉장히 많아졌다. 나에게도 여러 경로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는지를 물어오는 분들이 많다. 그분들에게 언제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를 차별하는 교사들도 간혹 있다. 교사가 우리 아이만 편애한다면 좋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2차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선 또래 아이들에게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된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가장 중요한 또래와의 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또한 교사가 해야 할 일들을 아이에게 전달시키는 경우도 있어 난감하고 불편한 일들이 생기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교사가 편애하는 아이들은 공부를 잘하고 순응적이다. 교사가 부탁하면 냉정하게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에 따른 스트레스도 만만치가 않다. 오랜만에 친구들이 모여서 담임교사 흉을 본다고 치자. 아이는 자신을 예뻐해 주는 선생님을 배신하는 심정이 되어 함부로 말하지 못한다. 가만히 있자니 무리와 떨어져 외톨이가 된 듯 느껴지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자신이 교사의 편애를 받는 사실을 친구들도 뻔히 아는데 교사를 흉보는 친구 사이에 끼어 있는 자신이 가증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하루하루가 정서적인 갈등의 연속인 것이다. 이기적인 성격이라면 신경 쓰지 않겠지만 보통 이런 상황에 처하면 많은 아이들이 갈등한다.

정반대로 교사가 유달리 우리 아이만 미워하는 경우도 있다. 집에서는 귀한 자식인데, 교사에게 비인격적 대우를 받고 학급에서도 미묘하게 가장자리로 밀려나 있다. 아이는 자존감이 떨어져 공부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친구들과도 하나둘 멀어진다. 점점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와 아침마다 실랑이를 벌이다가 부모와 자녀 사이까지 틀어지는 악순환을 겪기도 한다.

교사가 편애를 하는 것으로 고민을 하는 아이가 찾아오면 항상 해주는 말이 있다. “좋은 감정도 지나치면 불편해. 지나친 감정은 빚이 되는 거야.” 그리고 교사가 해야 할 역할을 아이에게 맡기려고 하면 분명한 어조로 곤란하다고 말하라고 한다. 이 문제는 비단 교사와의 관계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어려운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려면 해야 하는 숙제이다. 기회가 주어지면 거절 의사를 확실히 밝히라고 해야 한다. 여기서 해결하지 못하면 이와 비슷한 상황이 닥칠 때마다 매번 해결하지 못하고 갈등하다가 끝날 것이다.

또 마땅히 흉이 될 행동이라면 친구들의 말에 맞장구를 치고 흉을 보아도 된다고 말해준다. 사랑하는 부모도 매 순간 한결같이 고마운 건 아니다. 부모가 나를 끔찍이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자신이 부모를 누구보다 사랑한다고 해도 부모가 100% 좋기만 한 건 아니다. 부모의 말 한마디에 서운해지고 형제들끼리 “이거 엄마가 너무하지 않냐?”라고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흉을 본다고 부모를 배신하는 일은 아니며 결코 불효하는 것은 아니다.

교사의 흉을 보는 일도 마찬가지다. 교사의 부분을 말하는 것이지, 부분을 보고 교사 전체를 평가하거나 판단하려는 행동은 결코 아니다. 아이들이 너는 선생님 편이 아니냐며 뭐라고 해도 “그건 그거고 이건 내가 봐도 너무하네”라고 후련하게 맞장구를 치라고 일러준다.

교사가 아이를 미워하는 경우는 되도록 도덕적 기준에서 생각하도록 도와야 한다. 가뜩이나 미운털이 박힌 아이가 교사와 정면 승부한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다. 교사에게 “왜 절 미워하세요?” 하고 물어도 상황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도덕적 기준에서 생각하면 아이를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은 교사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답답한 마음에 “네가 잘못했으니까 선생님이 그런 거지”라고 말을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선생님이 공부는 잘 가르치시지만 너에게만큼은 큰 그릇이 안 되는구나”, “네가 말썽을 부렸다고 해도 선생님이 제자에게 이렇게 대해서는 안 돼. 네 인생을 가르치기엔 역부족인 것 같아. 네 마음이 아팠겠다”라고 말해 준다. 혹시 모를 실수를 하지 않았는지 함께 생각해 보기도 한다. “만에 하나 선생님이 네가 하는 말이나 행동 중에 싫어하는 게 있다면 고쳐야 할 문제인지 잘 생각해보자. 그건 너와 선생님의 문제가 아니라 네가 살아가면서 조심하고 고쳐야 할 문제일 수도 있거든. 선생님은 그 부분을 남들보다 더 못 견디는 거야.”

교사가 아이를 매정하게 대해도 부모는 아이를 항상 사랑하고 있다는 것도 이야기해 준다. “선생님이 널 싫어한다고 모든 사람이 널 싫어하는 건 아니야”, “모든 사람이 너를 100% 좋아할 수는 없어. 널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어. 하지만 널 좋아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걸 꼭 기억해”라고 말이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