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신문 제공
“구급차! 구급차! 빨리!”
8일 오전 11시 31분경 일본 나라현 나라시의 번화가 야마토니시다이지 역 앞에서 갑자기 두 차례의 총성이 울렸다. 두 번째 총성이 울리자마자 1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이 곳에서 집권 자민당 후보의 지지 연설을 하고 있던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전직 총리의 피격에 사람들이 괴성을 질렀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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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 들은 아베 뒤돌아보자 한 발 더 발사”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그는 역 앞 로터리의 차도와 인도를 가르는 가드레일 앞에 설치된 연설대에 서서 연설을 시작했다. 오전 11시 30분경 유세를 시작한 지 1분 만에 아베 전 총리 뒤에서 “펑” 하는 소리가 났다. “판단을 했다. 그는 안 되는 이유를 생각하는 것은…”이라고 말하는 순간이었다. 총성을 들은 아베 전 총리는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용의자는 약 5m 거리에서 한 발을 더 발사했다. 아베 전 총리는 왼쪽 가슴에서 피를 흘린 채 아스팔트 차도 위에 쓰러졌다. 주위에 하얀 연기가 났다.
8일 오전 경호팀이 아베 전 총리를 총격한 범인을 제압하고 있다. 아사히신문 제공
나라 소방서에는 곧바로 출동 요청이 들어왔고 구급차가 출동했다. 11시 37분에 도착한 구급차는 15분 뒤에 아베 전 총리를 태웠고 10여분 뒤 닥터헬기로 갈아 타 낮 12시20분 나라현립의대병원에 도착했다.
이 병원의 후쿠시마 에이켄 구급의학과 교수는 “아베 전 총리가 도착했을 때 이미 심폐정지 상태였다”며 “목에 총상 2곳이 있었고 심장의 큰 혈관이 손상된 상태였다. 신체 곳곳에동시다발적으로 대량 출혈이 발생해 지혈이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병원은 계속 대량의 혈액을 수혈했지만 차도가 없었고 결국 피격 5시간 반여 만인 오후 5시 3분 사망했다. 병원 측은 기자회견에서 “용의자가 쏜 두 발 중 한 발이 아베 전 총리의 왼쪽 어깨를 관통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한 발의 총상 또한 심장에 닿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상자위대 출신 무직 남성이 용의자
용의자가 사용한 사제총. 아사히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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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그는 현장에서 약 3km 떨어진 11㎡ 규모의 월세 3만8000엔(약 37만 원)의 아파트에 살았다. 아파트 주민들은 그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 나라현의 공립고교를 함께 다닌 동급생에 따르면 고교 재학 시절 응원단에 있었지만 얌전한 성격이었고 같은 반 친구와도 대화를 거의 안 했다고 한다. 야마가미는 “권총과 폭발물 여러개를 만들어봤다”고 주장했다.
NHK는 그가 아베 전 총리에게 불만을 품었기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마이니치신문은 그가 특정 종교단체 간부를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후쿠다 미쓰루 일본대 위기관리학부 교수는 “국가 요인이 수제 총으로 총격당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드물다”며 사제 총을 만들 수 있는 3D 프린터 기계 등의 소지 허가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