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밤은 노래한다’ ‘일곱 해의 마지막’의 김연수 작가는 이미 10여 년 전 문단의 내로라하는 상을 휩쓴 중견작가다. 재주 많은 편집자이자 시와 소설로 등단한 변 작가는 부인 박기린, 딸 다인 씨와 함께 활동하는 가족작가로도 알려져 있다. ‘가재미’ ‘그늘의 발달’ ‘맨발’의 문 시인은 가장 주목 받는 시인 중 한 명으로 최근 에세이 ‘나는 첫 문장을 기다렸다’를 출간했다.
● 인연의 부산행
문단의 중견작가들이 초중고생 대상의 백일장 심사를 위해 부산의 사찰에 모인 것은 꼬리에 꼬리를 문 인연 때문이다. 이 사찰 주지 원허 스님과 불교계의 대표적 문장가이자 심사위원장을 맡은 성전 스님은 출가 초기 해인사 강원(講院)을 함께 다닌 도반이다. 1997년 시작한 백일장 규모가 커지자 원허 스님은 “제대로 된 심사위원을 모시고 싶다”며 성전 스님을 졸랐다. 2007년 성전 스님에게 발목이 잡힌 이가 불교방송 PD로 불교 집안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던 문 시인이다. 이에 문 시인은 같은 경북 김천 출생의 중고교동창으로 40년 지기인 김 작가, 다시 포항 출신의 30년 지기 변 작가를 소환했다.광고 로드중
원허 스님은 “순수한 감정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해 나쁜 길로 빠지는 아이들이 있어 백일장을 시작하게 됐다”며 “사찰이 기도 뿐 아니라 글과 음악, 웃음이 가득한 문화도량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25회째를 맡은 혜원 백일장은 운문과 산문 부문을 합쳐 636편이 응모됐으며 지난 11일 시상식이 열렸다.
● 해운대의 바닷가
이들은 “서로 코가 꿰여 시작한 심사이지만 이제는 이 무렵 부산행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말했다. 제주 불교방송 국장을 맡아 현지에 정착한 문 시인은 제주, 김 작가와 변 작가는 각각 경기 고양시와 강원 강릉시에서 부산으로 향한다. 변 작가는 “젊을 때는 약속하지 않아도 저녁 무렵이면 어느새 한 자리에 있었지만 지금은 어렵다”며 “그래서 내년, 내후년 부산행이 벌써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심사도 글에 대한 평가에 앞서 배움이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이들의 말이다. 김 작가는 “글로는 잘 다듬어지지 않았을 수는 있지만 읽다보면 울컥할 때가 많다”고, 문 시인은 “아이들의 시 자체가 때가 묻지 않은, 천진불(天眞佛)”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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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