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녹음 ‘Big Mistake’ 내일 공개… 26일엔 6년 만의 콘서트도
화끈한 히트곡 ‘넌 내게 반했어’, 영화 ‘라디오 스타’로도 친숙한 노브레인. 이들은 “20대 때는 아닐 ‘No’, 성낼 ‘노(怒)’였지만 이젠 늙을 ‘노(老)’를 향해 간다. 우리 팀명은 다분히 펑크적이며 철학적이고 불교적”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정우용(베이스기타), 황현성(드럼), 정민준(기타), 이성우(보컬).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8년 전 일이다. 시작은 좋았다. 스타인의 주선으로 로스앤젤레스의 이스트웨스트 스튜디오, 내슈빌의 블랙버드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진행했다. 비치 보이스부터 테일러 스위프트까지 거쳐 간 역사적 공간들…. 믿기지 않아 눈물이 다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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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H-HUH’ ‘I Will Fight’ ‘Better Off Dead’를 레이먼드와 함께 짓고 호주 밴드 디 에인절스의 ‘Take a Long Line’, 미국 밴드 소셜 디스토션의 ‘Bad Luck’을 노브레인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제가 경남 마산 토박이거든요. 영어 잘하는 친구를 데려가 단기 특훈을 받았죠. 제가 ‘look’을 ‘rook’처럼 발음하며 계속 헤매니 그 친구는 스트레스를 받아 급기야 변비에 걸렸어요.”(이성우)
어렵게 녹음한 결과물은 쾌변보다 시원했다. 함께 듣고 멤버들은 또 한번 눈물을 쏟았다.
“늘 동경하던 미국 밴드의 앨범보다 더 좋은 소리가 나오는 거예요. 꿈인지 생시인지 혼란스러울 정도였죠.”(정우용·베이스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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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 Luck’에서는 심지어 밥 딜런이 치던 통기타를 공수해 연주했다. 정민준(기타)은 “잘 익은 수박에서 나는 소리가 났다”고 말했다.
‘미국 순회공연 후 금의환향?’ ‘이민 준비라도 해야 하나?’ ‘미국 이름은 뭐로 짓지?’…. 저마다 꿈에 부푼 멤버들. 그러나 계약과 저작권 등 여러 문제로 끝내 현지 활동도, 앨범 발매도 무산됐다. 그러나 역작을 스스로 폐기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못할 짓이었다.
“8년을 묵었지만 마침 2022년이 데뷔 25주년이니 팬들께 특별한 선물이 되겠더라고요. 한국어 가사나 노래 제목의 뜻을 늘 궁금해하던 해외 팬들께도요.”(이성우)
기자가 미리 들어본 5곡은 노브레인의 질주 본능 무한궤도에 미국의 선진 녹음 기술이 날개를 단 형국이다. 영하 20도 냉동 과육을 갈아 뿜듯 시원한 보컬, 기어 따위 뽑아낸 양 질주하는 기타-베이스-드럼…. 그들의 2000년 1집 제목을 빌리자면 ‘청년폭도맹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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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브레인이 역대 가장 뇌를 많이 써 만든 앨범이 드디어 세상에 나온다. 6년 만에 단독 공연도 연다. 콘서트 제목은 ‘미친 듯 놀자’다. 26일 서울 마포구 KT&G 상상마당 홍대 라이브홀.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