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박찬욱 칸 영화제 동시 수상] ‘충무로 명콤비’ 칸서 함께 환호, 22년전 ‘공동경비구역’서 첫 인연 宋 “한번 더 같이” 朴 “거절만 말라”… 칸영화제 ‘1작품 1수상’이 관례
“한번 같이 (작업)해야죠. 13년 전 ‘박쥐’ 이후로 꽤 오래됐어요. 하하.”(송강호)
“(캐스팅을) 거절만 하지 말아주세요.”(박찬욱)
제75회 칸영화제를 빛낸 박찬욱 감독과 배우 송강호는 28일(현지 시간) 시상식 직후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친밀함과 끈끈한 ‘케미’를 발산했다. 박찬욱은 “같은 영화로 왔다면 같이 (상을) 받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따로 왔으니 같이 받게 된 것 같아 더 재밌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수상자로 호명돼) 제가 일어났을 때 감독님이 뛰어오셔서 포옹하는데 감동적이었다”며 “감독님 눈빛을 보는 순간 너무 좋아하시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바로 다음 작품에서 또 송강호를 선택했다. 흥행으로 입지가 탄탄해진 박 감독이 자신의 기호를 유감없이 발휘한 첫 작품인 ‘복수는 나의 것’(2002년)에 캐스팅한 것. 송강호는 딸을 죽게 만든 유괴범을 쫓으며 점점 괴물이 되어 가는 아버지 동진을 연기해 대중과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복수는 나의 것’은 ‘올드보이’(2004년), ‘친절한 금자씨’(2005년)와 함께 박찬욱의 ‘복수 3부작’으로 불린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난 건 7년 만인 2009년 영화 ‘박쥐’에서다. ‘박쥐’는 박찬욱이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을 각색한 작품으로, 송강호는 육체적 욕망과 투철한 신앙심 사이에서 고뇌하는, 뱀파이어가 된 신부 상현을 연기했다. ‘박쥐’는 2009년 제62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아 두 사람이 나란히 칸 레드카펫을 밟게 해준 첫 작품이 됐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