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강당에서 한미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미국 언론들은 21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보도하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북 정책에 있어 이전 정상들과 확연한 입장차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은 김정은의 ‘러브레터’를 기대했던 것 같진 않았다”며 “북한의 폭군(despot)과의 악수를 특별히 열망하는 것 같진 않았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김 위원장과 친서를 교환한 것을 두고 ‘러브레터’라고 표현한 바 있다. CNN은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화려한 정상회담 방식의 대북 정책은 시효를 다한 듯하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바이든 대통령이 전임자와는 매우 다른 한반도에 대한 접근법을 보여줬다”며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접근법은 4년 임기 동안 북한을 ‘화염과 분노’로 위협하다가 김 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며 난폭하게 방향을 바꿨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접근법과 극명하게 대비됐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고, 주한미군 병력을 철수하려고 했던 것들을 예시로 들었다.
이어 “윤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배제하지 않고, 전임자인 문재인 전 대통령처럼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 가능성을 제시했다”면서 “그러나 윤 대통령은 북한이 명백히 그렇게 하기를 싫어하는 핵무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순방이 “중국의 힘과 북한의 핵 목표가 크게 다가오는 세계의 한 부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지 일주일 된 윤 대통령과 가장 먼저 만난 것은 미국이 한국과의 관계를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확대하기 위한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WP는 윤 대통령을 ‘외교정책 경험이 없는 검찰 출신’이라고 표현하며 바이든 대통령이 매력 공세를 하는 첫 번째 대상이라고 했다. 또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역할을 각국 정상들에게 설득하는 게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순방 목적이라고 봤다. 그러나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다음 선거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바이든 대통령의 약속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조용하게 우려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