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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바람타고 국내 조선업 ‘수주 호황’… “올해 목표치 절반 달성”

입력 | 2022-04-18 03:00:00

“환경규제 강화가 韓조선업 호재로”



한국조선해양이 만든 1만1700TEU급 컨테이너선(LNG 추진선)이 최근 시운전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친환경 선박 수요가 커지면서 해당 기술력을 확보한 한국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제공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부문 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최근 라이베리아 및 중동의 선사로부터 선박 8척을 수주했다. 컨테이너선 6척과 한 번에 차량 7500대를 실을 수 있는 자동차운반선 2척이다. 총 1조2836억 원 규모였다. 무엇보다 이번에 계약을 따낸 모든 선박의 추진 연료가 액화천연가스(LNG)라는 점이 업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연초부터 이어진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 랠리가 2분기(4∼6월)에도 지속되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물동량이 감소하면서 긴 침체에 빠졌던 한국 조선업은 이제 완전히 살아난 모습이다. 특히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열풍으로 친환경 선박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기술력에서 앞선 국내 조선업계에 호재로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 조선 3사 수주 고공행진

한국조선해양은 1분기(1∼3월) 70척을 수주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17일까지 10척에 대한 계약을 추가로 맺었다. 80척을 수주 금액으로 환산하면 82억3000만 달러(약 10조1188억 원)다. 올해 목표 수주액 174억4000만 달러의 47.2%로 절반에 가깝다.

이 80척 중 LNG를 쓰는 선박은 37척(46.3%)이다. 친환경 선박이 필요한 선사들이 선박 건조와 엔진 개발 능력을 동시에 갖춘 한국조선해양을 찾고 있는 것이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친환경 선박 수요가 올해 들어 더 커지면서 고품질 건조 기술력을 갖춘 국내 조선업계가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엔 산하의 국제해사기구(IMO)는 2030년 선박의 탄소배출량을 2008년 평균치보다 40%를 감축하는 환경규제안을 도입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인 클라크슨리서치의 지난달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수주 잔량의 38%가 대체연료 추진 선박이다. 특히 그 비중은 해마다 늘고 있다는 게 클라크슨리서치의 분석이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58척의 LNG 추진선을 수주한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1분기에만 그 절반인 29척의 선박 건조 계약을 따냈다. 삼성중공업도 지난달 28일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 등 연료절감장치가 적용된 8036억 원 규모의 선박 5척을 수주했다. 여기에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LNG를 추진 원료로 쓰는 LNG 운반선 3척을 수주했다. 국내 조선 ‘빅3’가 경쟁적으로 수주 고공행진을 펼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8월에는 글로벌 최대 선사인 머스크로부터 1만6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을 수주하는 등 친환경 선박 건조에 국내 조선업의 국제적인 평가는 최상위급”이라며 “환경규제 강화가 오히려 국내 조선업계에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 하반기엔 수익성 반등도 예상돼
클라크슨리서치는 올해 1분기 세계 선박 발주량 920만 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의 약 50%인 457만 CGT를 수주한 한국이 중국(386만 CGT)을 제치고 수주 1위에 올랐다고 집계했다. 지난해 반등에 성공한 국내 조선업계 수주량이 올해 한층 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빠르면 올해 하반기(7∼12월)부터 국내 조선 3사의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조선사는 보통 완성된 선박의 인도 시점에 계약 대금의 60∼70%를 받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계약하다 보니 계약 후 1년 정도를 현금화 기간으로 계산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이 올해 연간 수주 목표액을 무난하게 넘을 것”이라며 “다만, 선박 제조의 주요 원료인 후판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점이 수익성 개선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