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서 첫 호흡 맞춘 허서명-심현희, 고교 선후배 콘라드-메도라 커플 국립발레단 입단 후에도 10년 인연… 20일부터 예술의전당서 서울 공연 고난도 기술-체력 요구하는 안무 허 “관객 박수때만 잠시 쉴 수 있어”… 심 “사랑이란 감정 표현에도 충실”
해적 두목과 섬나라 소녀의 사랑을 다룬 ‘해적’은 120여 년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허서명(오른쪽)은 “유쾌하고 호탕한 해적 콘라드”가, 심현희는 “사랑을 굳건히 지키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소녀 메도라”가 되고 싶다고 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9세기 영국 낭만주의 시인 바이런이 노래한 정의로운 해적 콘라드와 순수한 소녀 메도라의 사랑 이야기가 화려한 몸짓으로 무대에 오른다. 국립발레단이 20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이는 고전 발레 ‘해적’ 이야기다. ‘해적’은 프랑스 출신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가 1899년 만든 이후 수많은 예술가의 손길을 거쳤다. 국립발레단은 ‘해적’의 안무, 서사, 음악을 모두 바꾼 새로운 버전을 2년 전부터 선보이고 있다.
이번 시즌에선 수석무용수 허서명(32)과 솔리스트 심현희(30)가 콘라드, 메도라 커플로 처음 호흡을 맞춘다. 허서명은 2020년 공연에 이어 두 번째 콘라드 역으로, 심현희는 메도라 역으로는 데뷔 무대를 가진다. 서울 공연에 앞서 1일 강원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첫 무대를 선보인 두 사람은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12일 만난 심현희는 “처음이라 긴장을 많이 했는데 오빠가 ‘힘을 더 빼고 여유롭게 하자’고 격려해줘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면서 “연기할 땐 신났는데 끝나고 나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며 웃었다. 허서명은 “관객들은 아마 눈치를 못 채셨을 텐데 처음엔 현희가 잔뜩 얼어 있었다”면서 “다시 정신을 부여잡기가 쉽지 않은데 프로답게 금세 무대에 적응했다”며 심현희를 칭찬했다.
“쉴 새 없이 동작이 이어지다 보니 관객이 박수 쳐주실 때만 인사하면서 잠깐 쉴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 박수가 길수록 좋더라고요. 오래 쉴 수 있으니까요.(웃음)”(허서명)
“기술적으로도 힘들지만 사랑이란 감정 표현에도 충실해야 해요. 동작을 하면서 눈도 마주치고 웃어야 하고…. 정말 신경 써야 하는 게 많은 작품이에요.”(심현희)
‘해적’의 2막 후반부에서 연인 콘라드와 메도라가 침실 파드되(2인무)를 추고 있다. 국립발레단 제공
“침실 파드되가 시작될 때 보통 메도라는 콘라드에게 기대서 침실로 들어가는데 저희는 약간 변형하기로 했어요. 부끄러워하는 메도라가 뒤로 주춤하면 콘라드가 손으로 잡아 이끄는 식으로요.”(허서명)
선화예고 1년 선후배인 두 사람은 국립발레단에 입단해 한 무대에 서기까지 10년 넘게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어릴 때부터 옆에서 지켜보던 오빠예요. 남편과도 잘 아는 사이여서 평소 집에도 자주 놀러가고요. 무엇보다 무용수로서 경험이 많다 보니 오빠에게 많이 의지를 하게 돼요. 힘들 때 의지하게 되는 파트너예요.”(심현희)
“현희는 순수한 소녀 메도라 그 자체예요. 백지 같아서 어떤 색이나 그림을 입혀도 매끄럽게 소화해내는 무용수랄까. 그리고 무엇보다 엄청 가벼워요! 발레리노에겐 그게 최고거든요.(웃음)”(허서명)
5000∼10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