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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흔드는 공매도, 5년 만에 최대규모

입력 | 2022-04-08 03:00:00

1분기 거래대금 29조9549억원…증시 출렁이자 하락장 베팅 증가
동학개미들 “개인투자자에 불리”…인수위도 유불리 여부 검토 나서




미국의 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주식시장이 크게 출렁이면서 올해 1분기(1∼3월) 코스피 공매도 거래대금이 30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가 다시 급증하자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외국인, 기관에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불만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공매도 제도 개선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나섰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1분기 유가증권시장의 공매도 거래대금 규모는 29조9549억 원으로 집계됐다. 거래소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7년 5월 이후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해당 주식을 싼값에 사서 되갚는 식으로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2020년 3월 중단됐던 공매도는 지난해 5월 3일부터 코스피200, 코스닥150지수 종목에 한해 재개됐다. 이후 공매도 거래는 지난해 3분기(7∼9월) 25조3026억 원, 4분기(10∼12월) 26조262억 원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올 1분기 하루 평균 공매도 거래대금도 5077억 원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개별 종목으로는 LG에너지솔루션(251억 원), HMM(181억 원), 카카오뱅크(88억 원) 순으로 공매도가 많았다.

공매도 거래가 급증한 건 올 들어 국내외 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외국인과 기관을 중심으로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동학개미’들의 불만도 다시 커지고 있다. 개인들은 공매도가 늘수록 주가 상승에 제한을 받고 정보와 자금이 많은 외국인과 기관에만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 주식 담보비율은 105%지만 개인투자자는 140%다. 또 외국인과 기관은 상환 기간이 없지만 개인은 90일을 적용받는다.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가 최근 인수위에 이 같은 기준을 변경해 달라는 제안서를 보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불법 공매도를 근절하고 공매도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내용의 공약을 내놓았다. 개인투자자의 담보비율을 조정하고 일정 수준 이상 주가가 하락할 경우 공매도를 금지하는 ‘서킷브레이크 도입’ 등이 포함됐다. 인수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에게 공매도가 정말 불리한 구조인지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외국인·기관과 개인 간 공매도 허용 폭을 기계적으로 똑같이 맞추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관과 외국인은 자금이 많고 신용도가 높아 개인과 비슷한 조건을 만드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하다”며 “개인의 공매도 담보 비율을 130% 정도로 낮추는 방안 등은 고민해볼 만하다”고 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매도는 주가 거품을 방지하는 등 증시에 필요한 수단인 만큼 개인들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