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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소소한 잡담, 업무 효율 높인다[Monday DBR/김명희]

입력 | 2022-04-04 03:00:00


직장 내 소소한 대화가 퇴근 이후의 삶의 질에도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조직학자들은 주로 업무를 완수하거나 구성원 간 합의 도출에 필요한 조언, 정보 교환, 피드백 등만이 직장에서 의미를 갖는 대화라고 여겨 왔다. 회의나 면담 전후에 나누는 짧은 담소, 출퇴근하면서 나누는 인사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간과됐다. 일상에서 주고받는 피상적이며 가벼운 대화는 의례적인 행위로 업무 효율성과는 무관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장 내 소소한 대화도 경우에 따라 조직생활의 윤활유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직원이 퇴근할 때 느끼는 웰빙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직장 내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북미에서 진행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직장인의 72%는 직장에서 동료들과 주말 계획이나 날씨 관련 이야기를 나누고 44%는 스포츠, 36%는 TV 프로그램 등 업무와 무관한 소소한 소재로 대화한다. 이 설문에서 직장인들은 회의나 면담 전후 나누는 가벼운 대화가 동료들과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 본격적인 업무 관련 대화가 더 우호적으로 또는 덜 논쟁적으로 흐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응답했다.

이런 잡담의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럿거스대, 캘리포니아대 등의 연구진은 실증 분석을 수행했다. 얼핏 무의미해 보이고 일회적인 대화가 업무시간 내 구성원 간 친밀한 상호작용을 촉진하는지, 나아가 업무 종료 시점에 느끼는 웰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려는 목적이었다. 잡담이 업무 만족도를 넘어 업무 성과에 미치는 영향도 연구 대상이 됐다.

연구 결과 소소한 대화의 두 가지 긍정적 효과가 발견됐다. 첫째, 일상적인 대화는 상호 인정, 연결감, 사회적 응집력을 높여 구성원들이 긍정적인 사회적 감정을 느끼게 했다. 또 업무 종료가 가까워진 시점에서 이렇게 정신적 부담이 덜한 일로 기분을 전환하는 것은 업무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것을 막아줌으로써 퇴근 후 긍정적인 기분이나 신체적 에너지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 둘째, 소소한 대화는 사회적 연대감과 조직시민행동 의도를 높였다. 이는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느끼는 타인에게 더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잡담의 부정적인 효과도 있었다. 업무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주의가 분산될 경우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인지적 자원이 고갈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 완수에 필요한 시간과 자원이 부족해지면 조직시민행동 의도가 높더라도 실제 실천으로 이어질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자기 감시 성향이 높은 사람의 경우 이런 부정적인 영향도 잘 피해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 감시 성향이 높은 사람은 주변 사람들의 생각, 행동, 감정을 주의 깊게 살피고 상황적 단서와 규범에 세심하고 유연하게 반응하면서 적재적소에 잡담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일련의 연구 결과는 공식적인 회의나 업무 전후, 휴식시간에 주고받는 사소한 일상의 대화가 가지는 순기능을 보여준다. 잡담이 무조건 쓸모없는 시간 낭비가 아니라 더 중요한 업무 대화나 활동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게 해주는 촉매제일 수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이런 주의 분산은 구성원 상호 간 연대감을 유발해 협업을 포함한 업무 진행을 원활하게 하고 친사회적 동기를 높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기업은 조직 내 구성원들이 즉흥적이며 비공식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접촉의 기회를 늘릴 필요가 있다. 이런 노력은 업무 효율성 향상과 긍정적 조직 분위기 조성을 뒷받침할 것이다.

다만 소소한 대화를 할 때는 업무를 중단하고 시간, 에너지, 자원을 업무 외 영역에 사용하기 때문에 의식적인 고민 없이 잡담을 남발하면 역효과가 생길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핵심 업무에 주의를 집중하지 못하고 몰입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개인이 업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을 방해할 여지도 있다. 이런 폐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가급적 상황적 단서에 민감하고 유연하게 반응하면서 소소한 대화를 라포르(rapport·상호 친밀감이나 신뢰관계) 형성과 긴장 완화 등의 목적으로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41호에 실린 ‘업무 전후 소소한 잡담이 효율성 높여줘’를 요약한 것입니다.


김명희 인피니티 코칭 대표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