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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분만실 못 구해…장거리 이송에 자택 출산까지

입력 | 2022-03-15 19:03:00

서울지역 코로나19 환자 이송지원을 위해 동원된 8개 시·도 소속 구급차. 소방청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출산을 앞둔 임산부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전용 분만실을 구하지 못해 장거리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돼 출산했다는 소식이 이어진 탓이다. 최근 양성 반응이 나타난 한 산모는 병상을 찾지 못해 자택에서 아이를 낳았다.

15일 충북 청주동부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전 7시23분경 청원구 율량동의 한 아파트에서 “20대 임산부가 진통을 느끼고 있다.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 결과, 양성이 나왔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구급대는 이송과 동시에 확진자 전용 분만실을 갖춘 병원을 물색했다. 하지만 수용 가능한 병원이 없었다.

구급차 내부보다 자택에서 분만하는 편이 더 원활할 것으로 판단한 구급대는 분만키트로 임산부 A 씨의 분만을 유도했다. 같은날 오전 10시경 A 씨는 여아를 출산했고, 이후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 구급대의 도움으로 재이송됐다. 

지난 13일에는 평택 지역에 사는 확진 임산부가 병상을 배정받지 못해 경남 창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28분경 30대 임산부 B 씨가 산통을 겪고 있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이후 구급대는 보건소를 통해 전국 병원 30여 곳에 임산부 병상을 요청했지만 실패했다.

다행히 오전 8시 9분경 경남 창원의 경상대병원에서 가능하다는 연락이 왔다. 하지만 기상악화로 소방헬기의 이용이 불가했다. 결국 소방당국은 오전 8시 45분경 구급차를 이용해 긴급이송에 나섰고, 같은날 오후 12시 10분경 경상대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난 9일에도 확진 판정을 받은 광명지역 임산부가 병상 부족으로 광명에서 130㎞ 떨어진 충남 홍성의료원으로 이송됐다. 지난달에는 확진 판정 받은 경남 창원의 산모가 제주대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당국은 분만 병상을 250여 개로 늘리겠다고 밝힌 상태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7일 중대본 회의에서 “확진된 산모들을 위한 병상은 다음 주까지 250여 개로 늘리고, 다니던 일반병원에서도 분만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수가를 개선하고 정비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이달 중하순까지 코로나 확진자가 정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자 출산을 앞둔 임산부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맘카페 등에는 “확진되기 전에 유도 분만으로 빨리 출산하고 싶다” “이러다 길바닥에서 애 낳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등의 글이 이어졌다. 이미 코로나에 확진된 임산부는 “격리 해제 전에 진통이 오지 않게끔 누워만 있다”고도 했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