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어른들도 부작용에 시달리는 사람이 나오는데, 성장기인 아이들은 (잘못되면) 돌이킬 수 없잖아요.”
경기 안양시에 사는 한모 씨(43)는 아들(9)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히지 않기로 결심했다. 접종증명·음성확인제(방역패스)가 중단되기 전까지만 해도 아들에게 백신을 맞혀야 하나 고민했다. 한 씨 자신도 부작용이 걱정돼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는데 어딜 가나 방역패스가 걸림돌이 돼 고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일부터 방역패스가 잠정 중단되자 이 같은 고민도 사라졌다.
한 씨는 “아이들은 코로나19에 걸려도 위중증으로 발전될 확률이 낮다고 하니 굳이 백신 부작용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소아의 코로나19 중증화율과 치명률이 높지 않다는 점, 방역패스가 중단된 점 등을 근거로 자녀의 백신 접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질병청에 따르면 12일 0시 기준 5~11세 인구 10만 명당 코로나19 발생률은 2만2162명으로 청장년층(18~59세)에 비해 1.8배 높았다. 지난달 26일 기준 소아의 중증화율은 0.005%, 치명률은 0.001%로 청장년층(중증화율 0.233%, 치명률 0.33%)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경기 안양시 사는 정미선 씨(40)도 아들(10)과 딸(9)의 백신 접종을 원치 않는다. 정 씨 부부는 백신을 3차까지 접종할 때마다 후유증을 심하게 앓았다. ‘차라리 코로나19에 걸리는 게 낫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고 한다. 정 씨 주변에는 백신을 맞고도 코로나19에 걸린 ‘돌파 감염’ 사례도 많다. 정 씨는 “아이들에게 백신을 맞히고 싶지 않다”고 했다.
15일 맘카페 등 학부모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소아 접종 거부’ 댓글이 이어졌다. 한 학부모가 “5~11살 백신 31일부터라는데 어찌해야 할까요”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에는 댓글 42개 중 41개가 “맞히지 않겠다”는 취지의 답변이었다. 일부 맘카페에서는 소아 접종 반대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질병청은 소아백신의 유효성분 용량이 기존 백신의 1/3수준인 점 등을 들며 안전성을 믿고 접종에 적극 동참해달라는 입장이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김민환 채널A 기자 km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