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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전역에 불길 ‘속수무책’…금강송-불영사 문화재도 비상

입력 | 2022-03-06 20:45:00

경북 울진과 동해안 일대에 대규모 산불이 발생한 6일 경북 울진군 일대에 불길이 치솟고 있다.(산림청 제공) 2022.3.6/뉴스1


“바로 여기가 전쟁터네요.”

5일 오전 11시경 경북 울진군 죽변면 7번국도 죽변교차로 앞에서 만난 주민 김성만 씨(65)의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눈 앞에는 대형 소방차가 싸이렌을 울리며 쉴새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하늘에는 소방헬기 10여 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물을 실어날랐다. 재난 영화의 한 장면이 눈 앞에 펼쳐지는 모습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

김 씨 주변에는 검붉은 화염과 거대한 연기가 사방팔방에서 피어올라 하늘이 거의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타닥타닥’ 나무 타들어가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 여의도 46배 잿더미…주민대피 도로통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6일 오후 4시까지 울진·삼척 산불로 산림 1만3351㏊(울진1만2695㏊, 삼척656㏊)이 피해를 입었고 주택과 창고 등 391곳이 소실됐다. 집이 완전히 불에 타거나 위험 지역 내 4150가구 주민 6497명이 학교 체육관과 임시 대피소 등에 몸을 피했다.

4일 오전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시작된 울진·삼척 산불은 같은 날 순간 풍속 초속 25m 강한 바람을 타고 북상해 강원 삼척과 동해까지 빠르게 퍼졌다. 5일 새벽부터 바람 방향이 바뀌면서 불길은 남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7번국도 주변 야산을 타고 확산되면서 일대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5일 낮에는 울진 죽변면과 울진읍 일대에 통신망이 끊기면서 119 신고조차 불가능한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됐다. 이날 낮 12시 경 울진군 죽변면 화성3리에서 만난 이갑도 씨(66)는 집으로 다가오는 불길을 막으려 아내 김현주 씨(63)와 물동이를 들고 집안을 오가며 불을 끄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 씨는 취재를 하던 기자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지금 119 전화도 불통이다. 소방차 좀 불러달라”고 외쳤다.

이 씨 집을 포함해 일대 통신망이 두절되자 군청 등 공공기관 직원들이 마을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대피를 안내했다. 이날 오후 1시경에는 울진읍에 있는 가스충전소 목전까지 화염이 들이닥쳐 대형 폭발이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다행히 충전소 200m 이내에 차량 진입을 막고 주민들을 대피시켜 피해를 막았다.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항공진화대원들이 6일 경북 울진군 북면 일원에서 산불 진화 작업을 펼치고 있다. 뉴스1


● 급속도로 번지는 불길에 ‘속수무책’

산림청과 소방당국은 역대 2번째 규모의 대형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6일 오후 4시 기준으로 헬기 54대와 장비 345대, 인력 5320명 등을 동원했다. 하지만 불길이 빠르게 번지면서 화재 진압에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이날 오후 5시 브리핑에서 “화선(火線·불길의 둘레)이 약 60km로 굉장히 방대하다”며 “현재 산불 진압률은 40% 가량”이라고 설명했다.

군까지 동원했지만 당초 목표로 했던 오늘 내 주불 진화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 청장은 “다행히 내일 아침부터는 종일 바람 속도가 낮을 것으로 보인다. 불머리 진압은 내일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6일 밤~7일 오전에는 최우선 과제인 서면 소광리 금강송 숲 보호를 위해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현재 불길은 금강송 숲 앞 500m 지점까지 접근한 상황이다.

사흘간 이어진 진화작업에 화재 진압 인력도 체력이 바닥났다. 영덕 의용소방대 소속 이진우 씨(51)는 “불이 꺼졌지만 땅에 열기가 남아있어 잔불정리 과정에서 신발이 다 녹아 내렸다. 발이 뜨거워서 더 이상 진입하지 못할 지경”고 하소연했다.

불길이 울진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1400년의 역사를 가진 사찰 불영사의 문화유적도 보호 대상에 올랐다. 문화재청은 보물로 지정된 불영사 응진전, 대웅보전 주변에 물을 뿌리고 낙엽 제거 및 가지치기 작업 등을 진행했다. 또 만약을 대비해 불영사 주변에 소방차 6대가 대기 중이며, 20여 명의 인력을 배치했다.



울진=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울진=남건우 기자 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