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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외교장관, 日 외무상 취임 후 첫 정식회담…韓, 사도광산 항의

입력 | 2022-02-13 08:47:00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정식회담에서 사도(佐渡)광산과 관련해 재차 항의했다.

12일(현지시간) 하와이 호놀룰루 아시아·태평양안보연구소(APCSS)에서 한미·한미일 외교장관 회의에 앞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개최됐다.

외교부는 회담이 종료한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3일 전화통화에 이어 양측은 한일 간 주요 현안과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일본이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후보로 추천한 결정에 대해 강한 유감과 함께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또 2015년 ‘일본 근대산업 시설’ 등재와 관련해 일본이 스스로 약속한 후속조치부터 충실히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2015년 하시마섬(端島·군함도)을 포함한 일본 근대산업시설 등재 시 일본은 조선인 강제노역 사실을 알리겠다고 약속해놓고 지키지 않았다. 유산위는 지난해 7월 일본에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결정문을 채택했다.

정 장관은 지난해 11월10일 하야시 외무상이 취임한 이후 석달 만인 3일 이뤄진 첫 통화에서도 사도광산에 대해 “깊은 실망과 함께 항의의 뜻”을 표한 바 있다.

아울러 정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한일 양국이 동북아와 세계 평화, 번영을 위해서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로, 올바른 역사인식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발전을 위한 근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역사인식은 과거 한일 간 대표적 회담, 성명, 선언에서도 공유돼왔다고 지적했다. 이런 맥락에서 정 장관은 강제징용 및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과 관련한 우리 정부 입장을 다시 설명하면서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기 위해 외교 당국 간 협의를 가속해 나가자고 했다.

일본은 위안부, 강제징용 피해 문제 등 과거사 문제를 놓고 한국이 해법을 내놓으란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 문제들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및 2015년 타결된 12.28 위안부 합의로 해결됐으며, 한국 법원의 관련 배상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란 주장이다.

정 장관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조속한 시일 내에 철회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우리의 특정 산업을 겨냥해 취해진 일본의 이 수출규제가 현재 한미일 간 세계 공급망 안정 강화 협의와도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교류가 정상화되길 기대한다면서 일본 측 협조도 요청했다.

이에 하야시 대신은 일본 정부 입장을 설명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한일이 과거사 문제와 현안 등을 놓고 기존 입장차를 재확인했다고 해석된다.

두 장관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조기 재가동을 위한 대북 대화의 필요성 및 한일·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앞으로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과거사 문제와 수출규제, 후쿠시마 오염수 등 현안에 최근 사도광산 사태까지 겹쳐 한일관계는 악재만 쌓였다. 그간 양국 간 고위급 소통이 끊긴 건 한일관계가 처한 이 같은 현실을 잘 보여줬다.

두 장관은 지난해 12월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외교·개발장관 회의를 계기로 대면한 적이 있지만 자연스럽게 조우하는 방식이었으며, 정식회담은 처음이다.

하야시 외무상은 G7 회의 시 10여개국과 별도 회담을 했지만 한국과는 약식회담도 하지 않았다. 일본 언론은 G7 회의 전부터 외무성이 한일관계 악화를 이유로 한국과 정식 외교장관 회담은 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보도했다. 정 장관이 하야시 장관 취임 당일 보낸 축하 서한에도 G7 조우 전에야 뒤늦은 답신이 왔다.

이번에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성사된 건 회담 주최국인 미국을 의식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미국은 한미일 3각 공조를 강화하기 위해 한일관계 개선을 바라고 있다.

[서울/호놀룰루=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