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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쇼크’ 메타, 하루새 시총 241조 증발

입력 | 2022-02-04 03:00:00

4분기 순익 전년대비 8.3% 감소, 증시 마감뒤 시간외거래 22% 폭락
온라인광고영업 차질 등 영향… 1분기 매출 증가율도 저조할 듯
향후 성장성에 대한 의문 커져… 저커버그 “나아갈 길 불명확” 인정




세계 최대의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이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야심 차게 선언했던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분야에서 지난해에만 10조 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 최근 호실적을 공개한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다른 빅테크와는 대비되는 역주행이다. 메타버스 기업으로의 변신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고, ‘틱톡’ 등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플랫폼과의 경쟁 역시 힘든 과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는 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시 마감 이후에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적과 올 1분기(1∼3월) 실적 전망치를 공개했다. 외신에 따르면 메타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102억9000만 달러(약 12조4400억 원)로 2020년 4분기(112억2000만 달러)에 비해 8.3% 감소했다. AP통신은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증가한 336억7000만 달러(약 40조6000억 원)였지만 지출 비용이 급증하면서 이익이 이례적으로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이날 메타는 애플이 아이폰의 개인정보 소프트웨어를 변경하면서 온라인 광고 영업 활동에 차질이 빚어졌다고 밝혔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와 인력 부족 사태도 광고 매출에 타격을 줬다고 분석했다. 소폭 상승으로 장을 마감한 메타의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시간외거래에서 22% 이상 떨어졌다. 로이터통신은 주가 폭락으로 메타의 시가총액이 약 2000억 달러(약 241조3000억 원) 증발했다고 전했다.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큰 폭의 주가 하락을 기록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열린 연례 콘퍼런스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 경영자(CEO)가 메타버스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하는 모습. 동아일보DB

시장에서는 이번 실적을 통해 메타의 향후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메타는 지난해 10월 사명(社名)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꾸면서 메타버스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하지만 메타가 역점을 둔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사업 부문인 ‘리얼리티 랩스’의 지난해 연간 순손실은 102억 달러(약 12조3000억 원)에 달해 2020년 손실액(66억 달러)보다 적자 폭이 훨씬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우리의 방향은 분명하지만 앞으로 나아갈 길까지 명확하게 정의되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메타는 올해 1분기 매출 증가율도 3∼11%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11% 미만의 매출 증가율은 역대 가장 저조한 수치다. 올 1분기 매출 추정치도 270억∼290억 달러로 월가 전망(301억5000만 달러)에 크게 못 미쳤다. 시장조사업체 인사이더 인텔리전스는 “메타가 틱톡과의 경쟁, 애플의 소프트웨어 변경으로 광고 매출이 난관에 봉착했다”며 “메타버스 사업 수익화에도 불확실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저커버그 CEO 역시 틱톡을 언급하면서 소셜미디어 경쟁 격화가 사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인정했다.

한편, 메타의 ‘어닝쇼크’로 트위터, 스냅을 비롯한 다른 소셜미디어 기업의 주가도 시간외거래에서 큰 폭으로 동반 하락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