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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사도광산 조선인 징용은 지운채… “에도시대 세계 최대 금광”

입력 | 2022-01-21 03:00:00

세계유산 노리는 사도광산 가보니
태평양 전쟁 구리-철 물자 캐내… 관광코스에 강제노동 설명 없고
박물관은 노동자 명부 공개 안 해, 니가타현 “전체 역사 안 넣어도 돼”
사도시, 유산등재로 관광산업 기대… “日정부, 신청 보류-연기 안했으면”




일본 니가타현 니가타시 선박 터미널에 사도 광산을 홍보하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위쪽 사진). 니가타현 사도시 ‘아이카와 금은산’의 에도시대 갱도 내부를 재현한 전시물. 정과 망치로 금을 캐는 노동자를 밀랍 인형으로 만들어 놨다. 니가타·사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에도 금산 코스 900엔(약 9400원), 메이지 광산 코스 900엔, 둘 다 보는 코스 1400엔.’

19일 찾은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 아이카와 금은(金銀)산 입구 안내 푯말이다. 이곳은 에도 시대(1603∼1867년) 세계에서 금이 가장 많이 났다. 태평양전쟁 때는 구리 철 같은 전쟁 물자를 캤다. 1939∼1945년 사도시 10여 개 광산에는 조선인 노동자가 최소 1141명 강제 동원됐다는 불편한 역사도 있다. 니가타현과 사도시는 여기를 포함한 사도 광산 유적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 한다. 하지만 조선인 노동자 징용은 언급하지 않는다.
○ 조선인 징용 흔적 사라져

1400엔을 내고 둘 다 보는 코스를 택했다. 밀랍인형을 동원해 에도 시대 금 채굴 모습을 재현했다. 개미굴처럼 구불구불하고 좁은 갱도에서 정과 망치로 금을 캐는 전시가 이어졌다. 휴식처에 누운 노동자 인형 옆에는 관광객이 던져놓은 동전이 가득했다.

메이지 시대(1868∼1912년) 갱도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대형 기계가 곳곳에 배치됐다. 이때부터 사도 광산 장비는 기계화됐고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려 채굴했다. 기관차가 끄는 수레도 사용해 채굴량이 급증했다.

하지만 두 코스 어디에도 조선인 강제 동원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희생자 위령비도 없다. 메이지 시대 갱도 끝 부분의 ‘사도 광산 근대사’ 연표에 적힌 △1939년 노무동원 계획으로 조선인 노동자의 일본 동원 시작 △1945년 9월 패전에 따라 조선인 노동자 귀국, 단 두 줄뿐이다.

동북아역사재단에 따르면 사도 광산에는 1939년 2월부터 조선인 노동자가 동원됐다. 지역마다 모집 인원이 할당돼 충남지역에서 가장 먼저 징용됐다. 일본 패전 직전인 1945년 7월까지 동원이 이뤄졌다. 징용 노동자 수는 1200여 명으로 동북아역사재단은 추정한다.

사도 시내 다른 광산과 박물관도 마찬가지였다. 사도박물관에서 조선인 노동자에 대해 물었더니 “광산 노동자에게 담배를 지급하며 작성한 명부에 조선인 이름이 있다. 하지만 사전 신청하지 않으면 열람할 수 없다”고 했다. 공개되지 않는 비밀 명부인 셈이다.

니가타현이 2019년 일본 정부에 제출한 세계문화유산 추천서에도 조선인 노동자 관련 설명은 없다. 니가타현에 ‘전체 역사(full history) 반영을 위해 조선인 노동자 내용도 추천서에 넣어야 하지 않느냐’고 질의했더니 “세계유산 제도상 ‘전체 역사’는 요구되지 않는다. 현저한 보편적 가치를 분명히 하기 위해 수공업에 의한 금 생산 시대(에도 시대까지) 역사 중심으로 기술했다”는 공식 답변이 돌아왔다.
○ “관광객 많아진다는 기대감 높아”
사도시는 니가타시에서 쾌속선으로 70분 정도 걸린다. 사도시 선박 터미널 곳곳에 ‘사도 금은산을 세계유산으로’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사도 시내 박물관이나 광산 유적지 등에도 빠짐없이 붙어 있다.

사도시 선박 터미널 앞 렌터카 직원은 “사도시는 섬이어서 관광업으로 먹고산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 일본인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더 많이 올 것 같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시내 초밥집 주인도 “지금은 동네 주민 상대로 장사하지만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면 관광객 중심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사도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사도시 총생산 가운데 어업 비중은 1.5%에 불과한 반면에 소매업 숙박 식음료 운송 같은 관광 관련 업종이 포진한 3차 산업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지역 경제를 살리는 기폭제가 될 수는 있다.

하나즈미 히데요(花角英世) 니가타현 지사는 18일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가 세계문화유산 신청을) 보류하거나 연기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니가타현은 “한반도 출신자가 일한 사실은 있지만 강제 동원됐는지 (관련) 자료나 기록이 없고, 파악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라고 19일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니가타·사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