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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렁뚱땅 넘어가면 안 되는 여야 대선후보 리스크[광화문에서/김지현]

입력 | 2022-01-11 03:00:00

김지현 정치부 차장


화장품 종류 중 ‘컨실러(concealer)’라고 있다. 말 그대로 뾰루지나 잡티를 일시적으로 가리는 용도다. 화장 직후엔 그 나름 감쪽같지만 지워지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에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게다가 덧칠할수록 그 부분만 화장이 두꺼워져서 오히려 더 티가 난다.

요즘 각종 실언과 논란 속에 역대급 비호감 레이스 중인 여야 대선 후보들은 대형 리스크에 구차하게 대응한다는 점에서도 서로 비슷하다. 진정성 있게 해명하지 않고 모면하기에만 급급하다. 깨끗하게 치료해 뾰루지를 가라앉힐 생각은 않고 그 위에 컨실러만 떡칠하는 식이다. 요즘 기업에선 리더의 자질로 정직하고 진실함을 토대로 성과를 만들어내는 ‘인테그리티(Integrity)’를 가장 중시한다는데 지금 대선판에선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덕목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책임 소재를 교묘하게 피해간다. 대장동 의혹으로 수사받던 ‘키맨’ 두 명이 목숨을 끊었을 때 그는 “모르는 사람”, “왜 돌아가셨는지 모른다”고 했다. 도리어 검찰을 향해 “왜 유독 이 사건만 가혹하게 수사하나”라고 했다. 전형적인 물타기다. 자기 입으로 “측근이라면 정진상, 김용 정도는 돼야 한다”더니 막상 정진상, 김용이 검찰 압수수색 직전 유동규와 수차례 통화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자 “기억나는 게 없다. 그들에게 확인하라”고 발을 뺐다.

조카 살인 변호 논란 땐 “어린 조카라 변호가 불가피했다”고 해명했지만 성인이 된 뒤에도 두 번이나 변호한 사실이 드러났다. 불법도박 등 각종 논란에 대해 아들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는 지적엔 “성년인데 사실 남”이란 궤변을 늘어놨다.

이 후보가 구렁이 담 넘어가는 식이라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대충 뭉개고 버티는 식이다. 아내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및 허위 경력 의혹이 나오자 일단 “여권의 정치 공세”라고 우겼다. 그러다 한참 늦게 사과하면서도 ‘사실관계를 떠나서’, ‘여권의 기획공세가 부당하지만’ 등의 단서를 달았다. 인색해서 안 하느니만 못한 사과다.

김 씨의 대국민 사과 역시 “잘 보이려고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 “남편 앞에 제 허물이 부끄럽다”는 감성적 반성문에 그쳤다. 윤 후보는 “형사 처벌될 일은 없는 것 같다”고 감쌌다. 물론 이 부부의 진정성 없는 사과는 지난해 ‘개사과’가 압권이었다.

어쩌면 지금 사회 분위기가 이들의 얼렁뚱땅 해명에도 관대한 건지도 모르겠다. 동아일보 새해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은 차기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로 ‘국가운영능력’(40%)을 꼽았다. ‘도덕성’은 이에 한참 못 미치는 9.2%였다. 2007년 1월 한겨레 대선 여론조사에서 1위는 ‘추진력’(44.5%)이었고, 2002년 1위(35.7%)였던 ‘도덕성’이 5년 만에 3위(14.4%)로 떨어졌던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그해 온갖 의혹 속에서도 ‘불도저’ 이미지를 앞세워 당선됐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금 감옥에 있다. 아무리 지금 시대정신이 ‘능력 최우선주의’라 해도 후보들을 둘러싼 리스크를 대충 넘어가면 안 되는 이유다. 컨실러로 가려둔 뾰루지가 언젠간 곪아 터지듯 대선 후보들에 대한 의혹도 끝까지 검증해야 한다.




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