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당선작 ‘작작 짜내어라’. 동아일보DB
동아일보 1923년 5월 3일자에는 이런 사고(社告)가 실렸다. 1923년 5월 25일 동아일보가 1000호를 맞는 것을 기념해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자신이 쓴 작품을 응모할 수 있는 현상문예를 연 것. 응모작 수는 확인되지 않지만 16개 부문에 걸쳐 당선작은 90여 편에 달했을 정도로 흥행했다.
지난해 12월 10일 문학 연구서 ‘’동아일보‘의 독자 참여 제도와 문예면의 정착’(소명출판)을 출간한 손동호 연세대 근대한국학연구소 HK연구교수(42)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독자참여제도 시행의 경험 축적, 신문사의 대대적인 홍보, 고액의 현상금, 독자들의 투고 열기 고조로 인해 현상문예는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며 “일제강점기 동아일보가 ‘조선민중의 표현기관’을 자임하고, 적극적으로 독자와 소통하기 위해 독자참여제도를 시행하면서 한국 문단 형성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독자 문단이 인기를 끌자 동아일보는 1923년 일천호 기념 현상문예를 연다. 단편소설, 동화, 시조 등 모집부문이 16개나 달했다. 주로 일제강점기 상황을 비판하는 독자의 목소리를 담았다. 예를 들어 ‘현금정치의 엄정비판’ 부문은 관권 남용, 감옥 제도, 경찰에 대한 불평을 받았다. 사실상 총독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 주된 내용이라 응모자의 신변보호를 위해 익명 투고가 가능했다.
만화 당선작 ‘이렇게 빨리고야’. 동아일보DB
동아일보 신춘문예도 ‘독자’를 ‘작가’로 만드는 등용문으로 문단의 형성 및 유지에 일조했다는 게 손 교수의 분석. 특히 동아일보는 ‘부인계’ ‘소년계’ 등 독자의 층위를 구분해 작품을 모집했는데 이는 문단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손 교수는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은 노동자나 농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들의 삶을 그려내는 등 현실 문제를 다루고 식민지 삶의 실상을 고발했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