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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뷰스]에너지-자원이 무기화되고 있다

입력 | 2022-01-06 03:00:00

러, 천연가스 틀어쥐고 유럽 압박… 中은 日에 희토류 수출제한 전력
해외 의존 한국, 공급 다변화 필요… 남미-아프리카 국가와 협력 넓혀야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새해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에 긴장감이 더 높아지고 있다. 토니 라디킨 영국 국방참모총장은 지난해 12월 9일 “최악의 경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유례없는 침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은 유럽의 천연가스 공급 차질로 이어지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는 유럽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중요한 나라다. 유럽 국가들은 천연가스 소비량의 40% 이상을 러시아에서 공급받고 있다. ‘발트 3국’인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는 천연가스 전량을 러시아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러시아는 이미 독일, 폴란드 등 유럽 국가에 공급하고 있던 천연가스 공급량을 크게 줄였다.

중국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중국은 희토류 상당량을 전 세계에 공급한다. 희토류는 전기자동차, 풍력발전 등에 사용되는 영구자석과 레이저 등을 만드는 데 필수다. 중국은 이미 희토류를 무기화한 적이 있다. 2010년 9월 영유권 분쟁이 있는 동중국해 지역에서 일본이 중국 배를 나포해 선원들을 구금하자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를 취했다. 중국은 희토류뿐만 아니라 4차 산업에 필요한 각종 희소금속도 무기로 삼고 있다.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의 주 원료인 코발트의 전 세계 사용량 85%를 공급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들은 자원과 에너지를 무기로 국제사회에서 경제 패권을 차지하려는 중국, 러시아에 대응해 자체 공급망 관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이 어떤 핑계로 희토류 같은 핵심 광물 공급을 제한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천연가스는 한국에 공급되는 도입량의 70∼80%가 약 20년간 장기계약이 돼 있어 당장 가격이 출렁이진 않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 상승은 석유값 상승의 원인이 된다. 근본적으로 중국, 러시아 등 에너지 및 원자재 자원이 풍부한 국가들이 자원을 무기화하는 경향이 우려된다.

에너지와 원자재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는 한국은 가스관으로 압박하는 러시아의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중국의 요소 수출 중단에서 보듯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소재 수출 제한이 최근 몇 년간 나타나고 있다. 과거처럼 안정적인 공급망은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 시작된 것이다.

새해 한국 경제에 가장 큰 과제는 공급망 다변화다. 정부는 국내 산업에 필요한 원자재와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호주, 캐나다, 인도네시아 등 우리와 비교적 좋은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국가 외에도 남미,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협력을 넓혀 나가야 한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