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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대선, ‘MZ세대’ 보리치 당선…35세 세계 최연소 대통령

입력 | 2021-12-20 14:29:00

(AP Photo/Luis Hidalgo)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정치인 가브리엘 보리치(35) 의원이 남미의 신흥 경제강국 칠레 대통령에 당선됐다. 1986년생으로 세계 최연소 대통령이 된 보리치는 내년 취임 후 4년간 칠레를 이끌게 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19일(현지 시간) 치러진 칠레 대선 결선투표의 개표가 99%를 넘긴 가운데 보리치 좌파연합 후보는 55.9%의 득표율로 44.1%를 얻은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기독교사회전선 후보(55)를 앞섰다. 카스트 후보는 이날 오후 트위터를 통해 “지금 이 순간부터 그가 대통령 당선자”라며 패배를 인정했다.

보리치 후보는 대선 승리를 선언하며 “나는 모든 칠레인들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이 엄청난 도천을 앞에 두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1986년 2월 칠레 남부 푼타아레나스에서 태어난 보리치는 내년 3월 취임하면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36)를 제치고 현직 국가수반 중 최연소 지도자가 된다. 1985년생인 마린 총리는 2019년 집권 당시 34세로 총리직에 올랐다. 2017년 31세의 나이로 총리에 오른 오스트리아의 제바스티안 쿠르츠 전 총리는 1986년 8월생으로 세계 최연소 지도자 기록을 갖고 있었지만 올 10월 사임했다.

2004년 칠레대학 로스쿨에 입학한 보리치가 정계에 뛰어들게 된 것은 칠레 대학생연합(FECH) 회장으로 2011년 공교육 투자 확대를 요구하는 대규모 학생 시위를 이끌면서다. 칠레를 이끄는 ‘100명의 젊은 지도자’로 선정될 정도로 이목을 끈 그는 2013년 무소속 후보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최다 득표로 하원 의원에 당선됐으며 2017년 재선에 성공했다.

보리치가 대선 주자로 두각을 드러낸 것은 2019년 칠레 전역을 휩쓴 대규모 시위의 영향이 컸다. 정부가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지하철 요금을 30페소(50원) 올린 것을 도화선으로 반(反)정부 시위가 불붙으면서 칠레는 정치적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칠레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만3000달러(1550만 원)로 중남미 최고 수준이지만 칠레 인구의 45%가량이 빈곤층에 속해 있다. 2019년 칠레의 국공립대 등록금은 8317달러(990만 원)로 영국(1만2330달러), 미국(9212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칠레는 지난해 국민투표를 통해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정권 시절 제정된 헌법을 폐기하고 새로운 헌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올해 5월 새 헌법을 쓸 제헌의회를 구성한데 이어 이날 대선에서 세계에서 가장 젊은 지도자를 선출했다. 갈수록 악화되는 양극화의 그늘 속에 개혁을 원하는 칠레 민심이 MZ세대 리더를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는 “보리치는 전통적인 대선후보들과 달리 팔뚝에 타투를 하고 넥타이를 매지 않는다. 강박증으로 입원했던 사실을 솔직하게 공개하기도 했다”며 “그는 정치 변화를 불러올 새로운 헌법을 제정하는 마지막 단계에서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