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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9명 허용에 확 늘어난 시위… 민노총 “13일 1만명” 쪼개기 집회

입력 | 2021-11-08 03:00:00

주말 서울서 26개단체 4600여명 참가




7일 오후 2시경 서울 중구 서울시청 광장 주변에는 전남 여수시에서 현장 실습 중 숨진 홍정운 군을 추모하는 집회가 열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등 소속의 100여 명은 120m 간격의 거리를 두고 왕복 8차선 중 1개 차로를 도보로 행진하며 “부당함을 거부할 권리, 학교에서 노동교육 실시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참가자들은 집회에 참석하기 전 체온을 측정하고 출입명부를 작성하는 등 비교적 방역 수칙을 잘 준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도 주최 측이 신고한 집회 장소에 폴리스라인을 치고 출입명부와 체온 측정을 완료한 사람만 집회 장소로 들어갈 수 있도록 통제했다. 이들은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까지 행진한 후 오후 3시 30분경 해산했다.

○ 위드 코로나 이후 집회 신고 건수 4배 늘어

대형 태극기 들고 행진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행된 첫 주말인 6일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에서 우리공화당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대형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이 단체는 참가 인원을 99명으로 신고했다. 뉴스1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첫 주말인 서울 도심에선 보수·진보단체가 주최한 집회가 잇달아 열렸다. 1일부터 수도권에서도 미접종자의 경우 99명, 접종 완료자나 유전자 증폭 검사(PCR) 음성확인자 등을 포함하는 경우는 최대 499명까지 집회가 허용됐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만 6일 20개 단체 3700여 명, 7일 6개 단체 950여 명이 집회에 참가했다.

주최 측이 집회 참가자 수를 확인하기 위한 목걸이도 등장했다. 6일 보수단체인 ‘일파만파’가 개최한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1부터 99까지 숫자가 적힌 목걸이를 목에 걸고 있었다. 99명 참여 인원을 신고한 주최 측이 집회 참석 인원을 관리하기 위해 나눠 준 것이다.

‘탄소 감축’ 퍼포먼스 6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기후정의 세계공동행동’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정부의 탄소 감축 정책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300여 명이 참가했다. 뉴스1

대부분 집회에선 방역수칙을 잘 지키는 모습이었지만 일부 집회에선 아찔한 장면도 연출됐다. 6일 집회 인원이 499명으로 신고된 한 집회에선 집회 행렬 바깥에서 같은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지켜봤다. 또 마스크를 턱까지 내린 ‘턱스크’ 상태로 있거나 아예 마스크를 벗고 음식물을 섭취하는 집회 참가자도 있었다.

6, 7일 열린 집회에서 방역수칙 위반이 확인돼 서울시가 고발하거나 경찰에 입건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위드 코로나 시행 직후 서울에서만 1∼5일 신고된 집회가 1466건으로 지난달 한 달 동안 접수된 집회 신고 1354건보다 많아 코로나19 확산세가 더 커질까 방역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국으로도 1∼5일 접수된 신고 건수가 5319건으로 지난달 8489건 집회의 절반 이상이다. 일평균 집회 건수로 따지면 지난달 274건에서 1063건으로 4배 가까이로 늘었다.

○ 민노총, 13일 1만 명 참가 집회 강행 방침
이런 가운데 민노총은 서울시와 경찰이 집회 금지를 통보한 1만 명 규모의 대규모 집회를 강행하기로 했다. 민노총은 13일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499명씩 70m 간격을 두고 20개 무리로 나눠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강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0일에도 서울시와 경찰이 대규모 총파업 대회를 불허하자 신고 지역 밖에서 도로를 불법 점거하고 기습 집회를 열기도 했다.

서울시와 경찰은 499명씩 70m 간격을 둔 집회가 사실상 같은 장소에 1만 명이 모이는 단일 집회나 같다고 보고 금지 집회를 열면 엄정 대응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처음 집회 신고도 1만 명 집회로 했다. 큰 틀 안에서 하나의 집회로 움직이겠다는 것”이라며 “집회 전후로 사적 모임이 늘어나는 등 코로나19 확산 위험성이 커 막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